미륵과 나무의 조화를 통해 본 여성성
갯벌 탐사, 산행, 미륵탐사로 에코페미니즘 구체화. 경인미술관서 6월 24일까지

“초창기 저의 그림은 공해나 핵문제 등 현장 중심으로 그려 대체로 어두웠죠. 무엇보다 이슈 중심으로 단체행사에 많이 참석하다보니 깊이 있는 그림을 못 그렸다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그러나 지금은 환경문제에서 에코페미니즘으로 옮겨와 광범위하고 깊이있게 다가가려고 노력했어요.”

환경문제가 상품화되고 점점 사람들에게 식상해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던 김용님씨(40)는 환경운동과 페미니즘 인식의 범위를 넓히고 세부적인 실천이 무엇보다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꼈다.

그래서 92년 그림마당민에서 가진 ‘성.여성.생명전’, 93년 오사카 ‘아시아반핵민중평화포럼’중 반핵·환경·정신대 그림전, 베를린에서 가진 ‘여성의 존엄, 인간의 존엄’대회 중 정신대 그림전을 마지막으로 ‘그리는일’을 잠시접었다.

5년 후 그가 다시 붓을 들고 ‘한민족의 자연관, 에코페미니즘으로 그린다’라는 주제로 경인미술관(02-733-4448)에서 사람들을 맞고 있다.

“그리는 일은 잠시 놓고 있었지만 작업 자체를 중단한 것은 아니었어요. 그동안 현장에서 담아온 느낌을 너무 즉발적으로 쏟아내다 보니까 울컥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어요. 체험이 강하면 그것에 압도되어 오히려 그림을 못 그리죠. 내 의식 속에서 한번 삭혀져서 끓어 오를때 나온 그림이야말로 창조적이고 심화된 주제를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기다림의 미학’을 깨닫기까지 화가는 그동안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임신 8개월의 몸으로 산행을 감행했고 6살짜리 아들 성수와 갯벌탐사를 다니는 것을 비롯해 작년 6개월 동안은 충청도와 전라도 일대에 미륵탐사를 다니는 등 자연을 깊이 껴안고 느끼는 작업을 했다.

그리고는 강화도 온수리에 있는 고향집으로 그 모든 느낌들을 싸안고 들어가 머리와 가슴을 식히는 작업을 했다. 화폭에 쏟아놓을 그림에 대한 주제를 골똘히 생각하며 기다리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이번 전시회는 ‘여자들 속에 크는 나무들’, ‘미륵의 꿈’이라는 2가지 주제로 미륵과 나무, 여성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담았다. 또한 에코페미니즘이 서구에서 온 이론이기는 하지만 그 내용에 담긴 여성성을 우리 것과 접속시키는 작업을 시도해 보았다. 특히 미륵탐사를 다니면서 미륵의 표정에서 거대한 대지의 어머니를 읽을 수 있었다는 김용님씨는 “미륵을 숭상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되짚어보면서 그동안 자연을 착취하고 억압하는 것에서 자연을 숭상하는 태도를 가질 수 있는 희망을 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결국 작가는 민속과 어우러진 자연을 통해 여성의 정체성을 확인시켜주는 작업을 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고 우리는 그의 그림을 통해 그 결과를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다. 전시는 6월24일(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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