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적응 못했으니 할 수 없다”며 탈퇴 종용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여자 야구선수였던 안향미 선수가 유니폼을 벗게 됐다.

사건은 덕수정보산업고의 하갑득 감독의 안향미 선수가 여자라 ‘재수 없다’는 이유로 야구부 전용버스를 타지못하게 한다던가 안향미 선수만 따돌리고 연습경기나 시합을 나가는 등 부당한 처사에 격분한 안선수의 아버지인 안화상씨가 교육부에 진정서를 제출한 데서 불거졌다.

“한번은 학부형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었습니다. 야구부 선수 한사람도 빠짐없이 연습경기를 떠나고 없었는데 딸 향미만 혼자 야구부실에서 울고 있었습니다. 사연을 물으니 야구부 1학년생이 향미에게 ‘감독님이 교실에 가 있으라고 했다’해서 영문도 모른채 교실에 있다가 얼마 후 나와보니 야구부는 연습경기를 떠나고 없더랍니다.”

안화상씨가 진정서에 제출한 야구부 감독의 차별, 배제 사례는 이밖에도 많다.

더 심한 것은 안씨가 진정서를 제출한 다음날 하감독은 야구부 아이들을 모아놓고 ‘향미가 있어서 불편한점’을 적어내라고 강요한 사실이다. 처음에는 백지로 낸 아이들이 많았지만 감독이 다시 제출하라고 하자 이들은 아무 이유든 만들어서라도 제출할 수 밖에 없었다.

또 정작 본인은 야구를 그만둘 의사가 없는데도 하감독은 “남자 중심의 야구사회에서 적응하지 못했으니까”라는 이유로 마치 향미가 자발적으로 탈퇴선언이라도 한 듯 몰아가고 있다.

이에 대해 안선수는 “어이가 없다. 하지만 야구를 포기하진 않겠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아버지 또한 “향미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끝까지 향미를 도울 것이며 최악의 경우 검찰에 고발하는 법정 투쟁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강경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당사자인 하감독은 “그런 적이 없다. 요즘 학부모들 입김이 얼마나 센데 공개적으로 그럴 수있겠느냐”고 말하고 향미를 따돌린 것에 대해 ‘경비 절감’의 이유를 들어 해명하려 했다.

현재 진정서는 교육부에 제출됐지만 담당 장학사의 ‘조사해보도록 하겠다’는 말만 들었을 뿐 아직까지 구체적인 수사에 착수하지는 않은 상태다. 그러나 학부형 회의에서 하감독이 노골적이고 공개적으로 향미를 무시하고 비하시킨 언행을 목격한 학부모들이 서명운동을 벌이며 향미가 야구를 계속 할수있게 돕자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안향미 선수는 경원중 3학년인 지난해 3월 대한야구협회에 여자야구선수 1호로 등록했고, 그해 서울시교위의 ‘여자 야구선수도 야구 특기자로 진학할수 있다’는 결정에 따라올 3월 덕수정보산업고에 입학했다. 그러나 고교 진학후 야구부 소속이기는 하나 야구 방망이 한번 잡아보지 못했고, 여자라는 이유로 전지훈련도 쫓아가지 못했다.

아버지인 안화상씨는 “향미가 체력이나 실력이 딸리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아직은 자라는 아이들이고 교육이라는 차원에서 배우려는 아이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어른이 해서는 안될 일”이라며 “어른들의 편견때문에 상처를 입게 될 향미가 불쌍하다. 국내에만 길이 없지 외국에는 그렇지도 않다. 정 안되면 유학이라도 생각해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초등학생 때부터 고교 진학까지 주위의 우려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지켜왔던 안향미 선수가 이번 고비에서 어떻게 자신의 의지를 관철 시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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