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회의장은 알게 모르게 익숙해져 있는 우리나라 남성위주의 차별문화가 다른 문화와 부딪치며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곳이기도 하다. 최근에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여자를 사람이 아닌 ‘물건’처럼 남자들의 우스개 대상으로 삼는 우리 문화의 문제점을 극적으로 깨우쳐준 사건이 있었다.

세계 각지에 1백60여개 이상의 현지법인을 가진 모 그룹은 매년 그 많은 자회사의 현지채용 직원들을 서울에 데려와서 본사를 보여주고 본사의 정신과 문화를 익히게 하고 있다. 그래야 소속감도 느끼고 본사에 대한 프라이드로 높아져서 생산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온갖 국적의 다양한 인종의 현지직원들이 본사 임원이 한국어나 한국식 영어로 하는 강의와 훈시를 경청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의 ‘세계화’를 실감하며 격세지감을느낀다.

그런데 흔히 외국인들이 강연을 재미있게 하려고 섞는 ‘조크’를 어느 임원이 시도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여자의 맛(?)을 나이에 따라 여러가지 과일에 비유한 음담패설을 애써 손짓까지 해가며 설명하였는데 한국 남자들이야 직장에서나 음식점에서나 술집에서나 늘 해오던 일이니 아무런 생각없이 그랬던 것이다. 그러나 이말을 들은 외국여성 참가자들은 물론 일부 남성 참가자들까지도 있을 수 없는 ‘성희롱’과 ‘인격모독’이라는 강력한 항의와 함께 공식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없으면 즉시 귀국해 버리겠다는 통첩을 하게 되었다.

당황한 당사자는 처음에는 “왜 그런 것까지 통역을 했느냐”고 엉뚱한 항의를 해오는 것이었다. 통역사가 발표의 내용까지 걸러서 통역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결국 그는 다음 회의가 시작되기 전에 정중하게 공식적 사과를 했는데 과연 그가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했는 지는 의문이다. ‘본사의 문화와 정신’을 배우러 왔던 외국인 직원들이 과연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아마도 그들은 여성을 따로 차별하는 문화는 결국 외국인도 차별하는 문화이며, 진정한 동료애는 동등한 인격관계에서 나온다는 것을 본사 사람들이 깨닫고 실천해 주기를 바랬을 것이다. 이중잣대를 가지고 ‘나’와 ‘너’를 차별하려는 어거지와 어리광이 있는한 진정한 세계화는 어렵지 않겠는가?

어쨌든 통역을 너무 정확하게 잘해서 원망을 들었으니 이래저래 억울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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