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사회서‘질식’호소
청소년 자화상 진솔히 담긴‘또하나의 문화’13번째 동인지

힙합바지와 짙은 화장, 무스를 잔뜩바른 머리모양으로 ‘미성년자 출입 금지’유흥업소를 가득 채우고 있는 요즘 청소년.

기성세대는 이 세상의 모든 청소년들이 ‘날라리’가 되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어른들의 잣대를 기준으로 ‘일’과 ‘방황’으로 일컬어지는 행동들을 청소년들은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

또 하나의 ‘문화’교육 소모임이 주축이 되어 엮은 열세번째 동인지 <새로쓰는 청소년이야기 1> (또 하나의 문화 펴냄)에서는 ‘청소년’에 의해서 그려지는 청소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이들이 없다’는 부제가 암시하듯 현대의 청소년들은 그들이 있어야 할 곳이라고 정해진 곳에 있지 않다. 설사 그들이 그곳에 존재하더라도 그것은 정체성 없는, 아니 정체성을 가져서는 안되는 ‘학생’만이 용납될뿐이다.

록을 처음 듣는 순간 말할수 없는 벅찬 감정으로 록을 사랑하게 된 보람이. 그는 록가수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경험한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끈기가 없기로 소문난 자신이 이토록 오래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록에 대해서.

서태지를 매개체로 또래들과의 교감을 얻을 수있었던 선영이는 자신들의 공연문화를 저지하는 어른들의 ‘시대착오’적인 행동을 비판한다. 무슨 때만 되면 다큐멘터리를 통해 선진국 되자고 하는 어른들은 문제가 생길 것같은 청소년의 집결소를 원천봉쇄해 청소년 문화의 설 곳을 빼앗아 버린다.

공연장이나 농구, 배구 경기장에서 온 힘을 다해 소리지르며 응원하는 아이들. ‘패닉’의 이적 엄마로 청소년들에게 유명인사가 된 여성학자 박혜란씨가 아들에게 온 팬레터를 통해 이해하게 된 청소년의 세계를 말하고있다. 아들을 보기 위해 찾아갔던 콘서트장. 땀으로 범벅된 진지한 얼굴로 함께 노래를부르던 얼굴들. 그는 공감대를 이루며 공연장을 가득 채운 열기에 대해 감동과 시샘을 동시에 느꼈다고 고백하고 있다. 아들에게 온 팬레터를 통해 들여다 본 아이들의 학교, 가정, 친구 그리고 그들의 정서. ‘오빠 사랑해요’라는 말로 가득할 줄 알았던 편지 속에는 청소년들의 삶이 배어있었기 때문이다.

노래를 찾아, 연예인을 찾아, 영화를 찾아 떠난 아이들. 청소년이 있어야 할 곳이라고 정해져있는 학교에는 그들이 어떻게 자리하고 있는가? 규칙에 대한 반발, 인격적인 모욕보다는 차라리 맞는게 낫다는 하소연 등이 등장하는 학교 주변의 이야기. 현직교사인 이경애씨는 ‘새로 쓰는 교무 일지’에서 동성애를 하는 학생, 길에서 만난 ‘오빠’들과 밤을 지낸 이야기를 하는 학생, 포르노 소설을 써서 돌리는 학생 등등. 믿기 어려운 현실을 알리면서 지금의 교사들과 부모, 즉 어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말하고 있다.

이경애씨가 아이들을 바라보는 관점과 이야기 방식을 바꾸는것. 이 두가지가 과연 청소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첫머리를 장식한 서강대 정유성 교수의 말을 통해 결론을 내려보자.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는 청소년은 없고, 단지 ‘학생’만 있을뿐이다. 그들은 가부장적이며 어른 중심의 사회에서 숨이 막혀가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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