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자폐증 - ‘부모탓’죄의식은 금물
유아자폐증 - ‘부모탓’죄의식은 금물
  • 조수철/ 서울대학병원 소아정신과, 서울대 의대 교수
  • 승인 2017.09.25 11:49
  • 수정 2017-09-2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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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 동화테이프 등으로 언어자극, 또래와의 놀이 기회, 특수교육 등으로 치료

소아·청소년 정신장애의 심각성이 점차 대두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서울대 의대 교수이자 서울대학병원 소아정신과 전문의인 조수철박사의 칼럼‘조박사의 소아병동’을 연재한다.

각 연령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 소아기 정신질환을 주제로 칼럼을 연재할 조박사는 서울대 의과대학 졸업후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주요저서로는〈소아정신약물학〉,〈아기가아플때〉,〈청소년에게 보내는 한정신과의사의 편지-열린마음으로 세상을 보라〉등이있다. 〈편집자주〉

30개월된 남자아동을 부모들이 데리고 왔다. 어려서부터 어머니와 눈을 맞추지 않았고 이름을 불러도 뒤를 돌아다 보는 일이 극히 드물었다고 하였다. 어머니가 곁에서 떨어져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했으며, 어머니가 안아주어도 별로 좋아하는 기색이 없었다고 했다. 낯선 사람이 안아주어도 뿌리치는 일이 없었다고도 하였다.

돌 전후하여 ‘돌이돌이’, ‘짝짜궁’, ‘잼잼’, ‘곤지곤지’등을 어머니가 시켜도 전혀 따라하지 않았으며, 아빠가 퇴근하고 돌아와도 아는 척하지도 않았다. 만 두돌이 지나도 전혀 말을 하지 않았고, 현재도 혼자서 놀면서 ‘아빠, 엄마’는 하지만 엄마나 아빠를 보고 부르는 일은 전혀 없었다고 하였다. 하루 종일 혼자 두어도 잘 놀았고엄마를 찾는 일도 전혀 없다. 장난감은 특히 자동차를 좋아하였는데 누워서 자동차의 바퀴에 특히 관심이 많은 듯 보였다. 약 3개월전부터 놀이방에 보내기 시작하였는데 또래 아동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이 혼자서만 놀았다고 하였다.

이런 아동들이 소위 ‘유아자폐증’아동들이다. 상기의 예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가장 뚜렷한 증상은 ‘대인관계의 형성’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사회성 발달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유아들은 생후 1개월 정도만 되면 어머니와 눈을 맞추기 시작한다. 이것이 대인관계를 맺는 첫 행동이 된다. 생후 2개월이 지나면 누가 곁에서 얼르는 경우에 웃는 반응을 보인다. 5-6개월이 지나면 어머니를 알아 보고 어머니가 곁에서 떨어지면 울면서 찾는 행동을 나타내고 8-9개월이 지나면 낯선 사람이 나타나면 불안해 하면서 경계하는 행동, 소위 ‘낯갈이기’가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행동들은 이미 유아기에 대인관계가 형성되었음을 보여주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는데, 위의 아동의 예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유아자폐증 아동들에게 있어서는 이러한 행동들이 거의 관찰되지 않는다. 걸음마가 되어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경우에도 정상적인 아동들은 어머니로부터 멀리 떨어지기 전에 반드시 어머니의 위치를 확인하고 어머니가 눈에 보일 때에만 떨어지는 행동을 보이지만, 자폐증 아동들은 이러한 확인을 전혀 하지 않고, 제 멋대로 가버리기 때문에 그냥 두면 아이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두번째의 특징은 언어발달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경우에는 대개 12개월 전후하여 단어가 나타나기 시작하며, `15-18개월이 되면 두 단어로 된 문장이 나타나고, 18-20개월이되면세 단어로 된 문장의 사용이 가능해진다. 만 3세경이 되면 약 1천단어의 사용이 가능해지는 발달 단계가 있다.

그러나, 유아자폐증인 경우에는 이러한 정상적인 언어의 발달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3-4세가 되어도엄마, 아빠 등 아주 기본적인 단어도 발달이 되지 않으며, 언어의 모방도 거의 없다. 표현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능력도 거의 발달되지 않는다.

또한 어느정도 말이 발달되더라도, 적절하게 사용하지를 못한다. 혼자서는 중얼거리기는 하지만 누가 물어보면 대답을 전혀 하지 않는다거나, 다른 사람의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반향어의 형태를 띠기도 한다. 억양이 어색하거나, ‘나, 너’의 대명사를 혼동하여 사용하는 특징도 있다. 이러한 장애들 외에도 다른 행동상의 문제도 관찰된다. 자해적인 행동, 충동적인 행동, 변화에 대한 심한 저항감, 상동적인 행동, 괜히 빙빙도는 행동, 의미없는 몸 움직임등도 나타나며, 특히 부산한 행동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현재로서는 ‘유아자폐증’의 원인에 대하여는 분명히 알려진 바는 없다. 단지 ‘뇌의 기질적인 이상과 관계가 있지 않겠는가’하는 추정은 있다. 이것은 뇌파검사, 뇌전산화단층촬영술등 뇌의 여러가지 검사결과 이상소견을 보이는 자폐 아동들이 있기 때문이다.

많은 자폐아동 부모들이 혹시 자신이 ‘잘못 키워서 이렇게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으로 죄의식에 사로 잡혀 있는 경우들이 있는데,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어떠한 경우이든지 부모들이 잘못 키운다고 자폐증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상기의 특징들이 관찰되면 일단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대책을 세워야한다.

부모들은 이런 아동들에 대하여 언어자극을 충분히 주어야 한다. 동요나 동화테이프를 자주 틀어주는 것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이런 아동들은 흔히 혼자서도 잘 노는데 가능한 한 혼자서 놀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누군가가 반드시 상대를 해주고 함께 놀아주는 일이 중요하다. 또래 아동들과 함께 놀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마련해 주는 일도 중요하다.

근본적인 치료는 특수교육을 받아야 한다. 우선 발달학적인 측면에서 아동의 발달 과정을 정확하게 평가하고이에 입각하여 특수 교육을 시행한다. 현재 본 서울대학병원을 위시하여 서울 시내 및 근교에 많은 교육소가 있다. 어려서부터 특히 사람에 대한 반응성이 떨어지는 경우에는 즉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조기 치료를 받을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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