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할당제 바람 ‘솔솔’
여성위원회, 임명직 및 각종 당직 할당 주장

신한국당에 ‘할당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신한국당은 지난 5월말 당헌·당규를 개정하면서 여성대의원 20%할당을 당헌에 명시했다. ‘ 여성할당’이 당헌에 명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시선이 끌린다.

지구당 선출직 5배로 늘어나

이 중 20% 여성할당

이번에 개정된 당헌 당규에서 주요하게 달라진 내용은 전체 대의원 숫자를 92년 경선 때보다 2.6배 증가한 1만2천6백명으로 하고 그 중에서 각 지구당 선출직 대의원 숫자를 5배로 늘린다는 것이다. 특히 각 지구당 선출직 대의원 35명중 20%인 7명 이상을 여성에 할당하도록 의무화한 것이 큰 특징이다. 92년 경선에서는 여성대의원수와 관련해 별다른 규정이 없었다.

할당제 전격 실시는 다분히 여성표를 의식한 결과이다. 하지만 올 대선에서 여성계의 최고 이슈로 부각될 할당제에 대한 인식이 한층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할당제의 이러한 바람은 할당제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신한국당 여성의원들과 여성위원회(위원장권영자 의원)의 성과로도 보여진다. 실제로 신한국당 여성위원회는 이회창 대표체제가 들어선 이후 주요 당직자들을 대상으로 여성계의 현안을 전달해 오는 데 상당한 로비를 펴온 것이 사실이다. 이대표에게 전달된 “여성할당에 관한 여성계 및 각당의 동향”이라는 보고서에는 ‘할당제 도입을 위한 여성연대’의 요구안과 ‘각당의여성우대정책 현황’의 소개 및 ‘집권여당의 변화해야 하는 모습’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이러한 분위기속에서 당헌 당규 개정 위원회가 발족되던 무렵에는 “여성대의원 할당뿐만 아니라 정부의 임명직 및 각종 당직에까지 여성할당을 명시할 것”을 강하게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당헌 당규개정 과정에서 “대의원 20% 이상 여성할당”을 통과시킨 숨은 공로자는 김영선 의원이다. 14명의 당헌 당규 개정위원회 (위원장 이세기)위원 가운데 유일하게 여성이었던 김영선 의원은 “여성 할당의 합헌성과 정당성”을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는 것이 주위의 평가이다. 특히 20% ‘이내’로 하기로 거의 결정된 상황에서 ‘이상’으로 뒤집은 것도 김의원의 결정적인 공로로 본다. 이번 ‘활약’으로 “여성문제에는 별 관심이 없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적잖게 들어온 김의원 개인에게는 이러한 일부의 ‘오해’를 상당부분 해소해 주었다고 볼수 있다.

“고위당직·정부고위직에도 확대해야”

이번 당헌 개정에 수용된 여성 할당의 내용은 여성계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수준이다. 이러한 ‘최소한’의 수준에서 ‘최대한’으로 까지 확대해 나가도록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것이 현재 신한국당 여성위원회의 야심이기도 하다. 신한국당 여성위원회는 “이번 당헌 개정을 시작으로 봐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고위 당직과 정부 고위직뿐만 아니라 각종 위원회 및 국공립 교수직 할당 등 단계적으로 여성계의 요구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여성계가 요구하는 만큼의 할당제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벽이 적지 않다. 이를테면 ‘자질시비’이다. “ 능력이 부족한데 자리를 줘서 되느냐”는 주장을 어떻게 설득시키는가 하는 부분이다. 이번 당헌 개정에서도 가장 먼저 부딪힌 문제가 “시골에서는 대의원 20%를 채울 여성 당원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정이 가능했던 것은 대의원 자리가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기 보다는 의결권을 갖는 수준의 역할이기 때문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다른 자리였다면 상황이 달랐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신한국당 여성위원회에서는 이러한 주장들에 대한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3월부터 각계각층의 여성계로부터 여성정책 의견서를 받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신한국당은 7월 전당대회 이전에 당 차원의 선거 공약을 대부분 마무리 짓는다. 과연 얼만큼의 실질적인 여성공약이 나올 수 있을런지, 여기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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