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화·전문화·국제화 되뇌이지만
후진적 경영구조로 2세 경영인에 의한 기업 몰락 계속 돼

극심한 경기침체속에서 잇따라 무너져 내리는 몇몇 대기업들을 보노라면 우리 기업의 경영구조에 문제가 많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삼미, 진로, 대농, 유원건설, 삼익악기 등 대기업들은 그 이름에 비하여 속 빈 강정식의 공격경영을 계속하다 위기를 자초하였다. 이들 기업들은 모두 우연의 일치 인지는몰라도 젊은 2세 경영인들에 의해 운영되어 온 기업들이다. 이중 진로와 대농은 80년대말에, 나머지 기업들은90년대 중반에 2세 경영인들속이 전면에 등장하였고 그 후 몇년 안돼 창업주가 일구워 놓은 경영기반을 허물어뜨렸다.

이들 대부분은 창업주와 달리 어린 시절부터 경제적으로 유복한 환경에서 성장하였다. 또한 국내명문대학이나 외국에서 유학한 케이스가 대부분이어서 선대 창업주들보다 학벌이나 경영지식도 많이 갖추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현실의 기업경영을 손쉽게 생각할수도 있고 선대의 안정적 경영전략에 대해서도 무엇인가 불만스러웠던 점이 많았을 것이다.

그들은 경영권을 인수하자마자 외형늘리기에 주력하였고 창업주가 구축해 놓은 업종보다는 전망좋다는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 많은 무리수를 두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창업주를 도와 많은 경영노하우를 가지고 있던 원로경영인들을 동시에 퇴진시켰고 학맥이나 연줄에 따른 소모임을 만들어 정치 실세에 선대기에 열을 올렸다.

지금은 고인이 된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이 정치적 격동속에서 기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집권자와 불가근 불가원의 처세를 계속해 왔다는 교훈도 그들에게는 안중에 없었던 듯 하다. 그들은 워낙 젊은 나이에 경영대권을 이어받아 체계적인 경영수업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삼성과 현대가 2세체제로 이행하기 전에 오랫동안 후계자 수업을 시킨것에 비하면 그들은 필드경험이 별로 없는 상태에서 졸속으로 경영권을 이양받은 셈이다.

따라서 현실에 뿌리를 둔 조직적 경영보다는 개인의 지식과 과욕, 그리고 물거품같은 외부연줄에 의존해서 공격경영에 몰두하다가 경영위기를 자초하게 된 것이다.

결국 우리 기업은 말로는 선진화, 전문화, 국제화를 되뇌이고 있지만 실제로는 후진적인 기업경영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2세경영인에 의한 기업몰락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등 선진국의 기업에서는 대주주의 주식보유지분이 워낙 낮은데다가 경영 경험이 짧은 2세가 경영권을 인수 받은 경우도 거의 없다.

기업경영의 실패, 그로 인한 부도와 파산은 오너회장의 개인적인 비극에서 그치지 않는다. 수많은 종업원들의 신분과 생계가 불안해지고 대출해준 금융기관이 부실해지며, 국가경제에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을 당사자들은 명심해야 된다.

뿌리가 깊지않은 상태에서 웃자란 화초같은 일부 2세경영인들의 조급함, 안이함, 자만감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게된다는 사실을 그들이 뼈져리게 느끼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를 도외시한 채, 경기불황을 탓하고 근로자들의 임금이 높아 회사운영이 어렵다면서 조기퇴직이나 명예퇴직을 유도하는 지금의 행태만으로는 건전한 기업경영이 이루어질 수 없다.

따라서 그 어느때보다도 기업소유구조의 개편, 전문경영인의 육성, 그리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더욱 강조되어야 하는 시점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