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철도인 배출에 최선 다할터”

“앞으로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철도 고속화와 동시에 기술혁신이 이루어져 물리적인 힘보다는 섬세함과 뛰어난 두뇌를 요구하게 될 것입니다. 이 현상은 곧 남성위주에서 여성위주의 체계로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죠.”

한국철도전문대학 운수경영과 최연혜 교수(40)는 지난 2월 교수 전원이 남성인 이 학교에 홍일점 여교수로 부임했다.

95년 철도운수과에서 4명의 여학생을 선발하던 것을 시작으로 96학년도에는 정원의 20%, 97년도에는 정원의 30%로 점차 여학생의 수가 늘어가는 가운데 최교수는 소수인 여대생들의 좋은 본보기로 되고 있다.

“이 세상에서 여성이라고 못 하는 일은 없어요. 여성이라는 이유로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여성을 보면 늘 속이 상해요. 경영학 박사학위를 지닌 탓에 세미나를 비롯한 많은 모임에서 언제나 여성은 저 혼자였어요. 그렇기때문에 남성들은 저를 여성의 대표격으로 주시했죠. 많은 상황에서 지혜롭게 처신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모든일을 할 수 있다는 ‘적극성’이예요.”

최교수는 실제로 다른 19명의 남자교수들 사이에서도 전혀 어려움과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자신의 경험을 제자들에게 종종 말하는 최교수는 항상 “여성이라는 것을 불리한 상황에서의 변명거리로 삼아서는 안된다. 평등은 권리와 의무의 동시이행에서 얻는 것이다”라는 말로 여성 철도인이 겪어야하는 야간근무 등의 육체적인 어려움을 이겨낼 것을 당부한다.

서울대 독문과에서 학사와 석사과정을 마친 최교수는 당시 캠퍼스 커플이었던 남편과 결혼해 독일 유학길에 올랐다. 독일에서 경영학박사학위를 받는 동안 두딸을 낳아 “페미니스트일 수 밖에 없다”는 최교수가 딸들을 키우는 가장 큰 원리는 ‘자율성이 보장된 많은 경험’. 부모가 강요하는 범위안에서의 경험이 아닌 자신이 찾아서 하는 경험을 강조하는 탓에 최교수의 가정은 남녀 평등을 넘어선 가족구성원의 평등을 이루고 있다고 말한다.

자신이 사회생활에 뛰어든 여성 1세대로서 그 책임이 무겁다고 하는 최교수는 “철도전문대학이 3년제라 아직졸업한 여학생은 없지만, 현재 공부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없는 여학생들이 현장에서도 잘 적응하리라 믿고, 앞으로도 훌륭한 여성철도인을 배출하기 위해 모범을 보이며 열심히 강단에 설 것입니다”라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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