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동체운동으로 여성억압구조 푼다”
생태학이론 최초로 소개. 한국불교환경연구원 주최 생명운동 아카데미서 강연

환경과 여성문제는 그 억압구조의 뿌리가 같습니다. 인간이 자연을 착취하는 것은 인간이 인간을 착취하는 것에서 기인하는 것입니다. 원료를 수탈하는 것이나 자연 파괴, 남성이 여성을 억업하고 차별하는 것 등 환경과 인간과의 관계,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가 ‘폭력’메카니즘에 의해 규정지어지죠. 결국 여성과 자연이 부분별한 억압으로부터 벗어나는 대안을 마련하자는 것입니다.”

문순홍(정치학, 전 생태사회연구소 소장)박사는 에코페미니즘의 정의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현재 호주 멜버른 대학에서 생태정치학으로 포스트닥터 과정을 밟고 있는 문순홍 박사가 한국불교환경연구원이 주최한 생명운동 아카데미에서 ‘에코페미니즘의 논리, 자연지배와 여성지배’(5월22일), ‘ 여성, 환경, 정치참여’(5월29일)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기 위해 잠시 귀국했다.

우리나라에 생태이론을 처음 소개한 것으로도 유명한 문순홍박사는 많지 않은 여성생태학자 중 한사람이다.

그가 호주에서 공부하고 있는 생태정치학이란 환경정책 과정 속으로 시민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제도는 무엇일까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소개한다.

“가령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할 때 원자력이란 에너지 선택과 설립 장소는 국가에서 일방적으로 결정되고 시민들은 결정된 것에 대해 아무런 저항과 반발을 할 권리가 없습니다. 이때 기업과 정부, 시민들이 어떤 기구와 어떤 이론 하에서 참여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환경문제를 요인별로 접근했다면 이제는 통합적으로 접근할 필요를 역설하는 문순홍 박사는 “‘환경’이란 의미가 너무 좁게 사용되어 왔어요. 주로 소비나 폐기쪽에서만 거론되어 왔다면 지금부터라도 생산쪽에서부터 생명을 중시하고 생태계를 보호하는 전지구적인 메카니즘을 개발해야 합니다”라며 분석 범주를 키우자는 말을 한다.

따라서 ‘환경운동’이란 단어보다는 ‘생명공동체운동’이란 단어로 바꾸면서 의미를 확대해야 한다고 그는 제안한다.

“생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생태학은 혁명적이어야 한다”고 말한 머레이 북친(사회생태론자로 유럽의 생태운동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의 이론을 든 문박사는 “‘혁명적’이라는 것은 기존 사회와의 단절을 의미하죠. 기존의 사회체제로는 생태위기 극복이 불가능 합니다. 혁명의 결집점은 정치나 경제체제가 아닌 문화적인 혁명이 일어나 가치관을 완전히 바꾸어야만 생태위기를 극복 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가치관 전환을 통해 삶의 형태를 완전히 바꾼다면 부의 기준도 틀려질 것이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누가 더 돈을 많이 가지고 있고, 누가 더 큰 집과 차를 소유 하느냐가 아니라 화초를 기르고 정원을 가꾸며 자기생활을 많이 갖는 사람이 바로 ‘부자’라는것.

“먹이사슬 구조가 한 단계만 빠져도 생태계가 파괴되지 않습니까? 기존에 ‘여성적’이라는 것이 상대적으로 배제되어 왔지만 이제는 여성적이라는 속성이 남성적이라는 속성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 사회가 도래해야 할 것입니다. 남성과 여성이 연대해 생명을 존중하고 생명력이 살아 숨쉬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러한 가치관의 전도는 결국 여성과 남성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수 있다고 문박사는 전한다.

“여성에게 주어진 고정관념이나 사회적 역할, 또 남성 중심의 권력구조까지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정치적, 경제적 평등점을 찾기 위해 문화 속에서 대안운동을 전개해 나가야 합니다. 예를들면 88년 <여성신문> 발행이나 요즘에 페미니스트 카페가 등장한 것 등을 들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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