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전략공천, 물 건너가나
여성전략공천, 물 건너가나
  • 김유리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0.04.16 11:33
  • 수정 2010-04-16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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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단체장 후보 수시로 바뀌어 정당들 책임 회피에 급급

“지역 자율에 최대한 맡겨두려고 한다.”(한나라당 공심위원)

“중앙당에서도 어쩔 수 없다. 2006년 선거에서 지역구에 구청장 후보를 여성으로 전략공천했으나 정작 그 후보는 낙선하고, 당시 남성 후보 200명이 탈당해버렸다. 이를 복구하는 데만 2년이 걸렸는데, 누가 쉽사리 여성전략공천을 선택하겠나.”(민주당 관계자)

각 정당이 호기롭게 제시했던 여성전략공천이 15일 현재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하고 있다. 정치권은 “현실적으로 여성공천이 쉽지 않다”는 정당 관계자의 말처럼 현실 여건을 변명 삼아 책임 회피에 급급하다.

우선 한나라당은 서울 3곳, 경기·부산 각 2곳, 나머지 시·도 각 1곳 이상에서 여성 기초단제장을 전략공천하기로 했다. 하지만 14일 현재 서울 3곳, 인천 1곳에 여성전략공천 지역만을 가까스로 선정했을 뿐이다.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경기도 광명시장에 출마한 곽향숙 예비후보의 경우, 여론조사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가 정작 여론조사에는 이름도 올리지 못했다.

곽 후보 측은 “정몽준 대표가 자신의 지역구에 여성을 공천한 바로 직후 벌어진 일”이라며 “여성 후보자를 공천할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배은희 한나라당 공심위 대변인은 지난 14일 “서울시에선 동작·마포·송파구를 여성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인천은 현직인 박승숙 중구청장이 재도전한다. 부산 등 타 시·도당에 대해서는 이른 시일 안에 여성전략공천 지역을 결정하도록 촉구하기로 했다. 다음날인 15일 당 소속 여성국회의원과 중앙당 여성 공심위원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한나라당이 약속한 여성 후보 의무공천이 사실상 무력화되지 않도록 지역당협위원장이 대승적 관점에서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한 가지 발전된 것이 있다면 여성의무공천 지역이 없을 경우 최고위가 해당 시·도당 후보자 확정 의결을 보류하도록 정식 요청하기로 한 것. 그러나, 최고위의 확답은 없고 이견이 있다는 이야기만 나왔다.

같은 날 한나라당 인재영입위원회는 이재순 전 국군간호사관학교장, 이은경 변호사, 박인순 서울아산병원 소아심장분과장 등을 기초단체장 후보로 영입했다.

국회의원 선거구별 여성을 1인 이상 공천하기로 했던 민주당 상황은 더 암울하다. 기초단체장 출마를 선언한 여성 후보 사이에선 “한나라당에 여성전략공천 어젠다를 빼앗기면서 뒷북을 쳤고, 전략공천 이행 면에서는 뒷북도 못치고 있는 상황”이라는 불만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민주당에선 여성 후보자에게 20% 가산점을 주고, 선출직 의원의 경우 ‘가’번을 우선 배정하도록 배려하기도 했으나 큰 힘이 되지 못하는 상황. 민주당에 기초단체장 공천을 신청한 여성 후보 9명은 힘겨운 경선을 치르고 있다.

강진군수에 도전했던 국영애 후보는 “남성 후보를 선출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조작하지 않고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렇게 나올 순 없다”면서도 “심정적으로는 승복하지 못하지만 정치적으로 승복한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국회의원 출신으로 인천 부평구청장에 도전한 홍미영 후보와 서울 종로구청장(양경숙 전 서울시의원), 마포구청장(이매숙 마포구의회 의장, 이은희 전 청와대 제2부속실장) 등에서 여성후보가 힘겨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우상호 대변인은 “정세균 대표가 이미경 사무총장과 당협위원장 등에게 적어도 5차례 이상 여성 공천 의지를 피력했다”면서도 “두 차례에 걸친 지방선거에서 당이 패하면서 이번 선거에는 꼭 승리해야 한다는 지역당협위원장들의 압박 때문에 여성 공천에 위축된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당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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