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 파워에서 투사 이미지로 ‘도덕성 흠집’엔 의견 분분

 

한명숙 전 총리 ⓒ정대웅 /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한명숙 전 총리 ⓒ정대웅 /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9일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금품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정치인 ‘한명숙’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판결로 안도한 이들은 바로 여성계. 여성운동권이 인정하는 ‘큰언니’이자 첫 여성 총리인 한 전 총리에게 투영된 청렴 이미지 훼손은 여성계의 수치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 전 총리 입장에선 부드럽고 온화한 이미지에서 또 한 번 역경을 극복한 투사적 이미지로 강한 정치인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한명숙’이란 인물 자체가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의 상징으로 떠오르는 것과 동시에 서울시장 출마 여부가 정치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한 전 총리는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직후 범야권 서울시장 후보로 급부상했다. 그는 당시 국민장 공동장의위원장을 맡아 조사를 낭독, 시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검찰의 뇌물수수 혐의 기소 후 한 전 총리가 연 출판기념회를 정치권은 ‘서울시장 후보’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무죄 판결 직후 여론조사에서 한 전 총리는 한때 지지율이 오세훈 현 서울시장을 뛰어넘는 것으로 발표됐다. 이후 여론조사에서도 오 시장 지지율을 7~8%포인트 내로 따라잡으면서 민주당을 넘어 야권의 서울시장 단일 후보로서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덕성 흠집’에대한 평가는 엇갈렸으나 서울시장 출마가 이미지 쇄신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김민정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국민이 재판 과정에서 한 전 총리의 도덕성에 흠집이 났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 전 총리 측이나 민주당에서도 한 전 총리가 서울시장에 출마한다면 ‘검찰이 아닌 국민의 판단을 받는다는 식’이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반면 정치컨설턴트인 포스커뮤니케이션 이경헌 대표는 “재판 과정에서의 정치적 공방으로 인해 한 전 총리의 장점이자 고유 이미지인 개혁, 청렴, 도덕성에는 타격을 입었다”면서 “지방선거, 특히 야권 단일 후보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서울시장 선거가 정치적 상처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 돼 버렸다”고 진단했다.

한 전 총리 측은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 4월 14일 현재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한 전 총리는 재판 후 지지자들과 모인 자리에서 “다시는 억울하게 정치공작을 당하는 일이 없는 세상이 돼야 한다”고만 말했을 뿐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 구체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재판 다음날 한 전 총리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출마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한 전 총리측 관계자는 “한 전 총리는 ‘정치가 퇴행을 거듭하고 심각한 위기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중요한 역할이 요청된다면 그 역할을 다하겠다’고 한 것이지 한 전 총리 스스로 지방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말은 한번도 한 적이 없다”고 의중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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