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민심 얻는 왕도 고민해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무죄 판결로 6월 지방선거가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장 법원의 무죄선고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 전 총리의 지지율이 수직 상승하면서 서울시장 선거전이 혼전 양상이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무죄 판결 다음날 실시한 오세훈-한명숙-노회찬 3자 가상 대결 여론조사 결과, 오 시장 47.2%, 한 전 총리 40.2%,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5.4%를 기록했다. 3월 말에 같은 내용과 방식으로 진행된 여론조사에서는 오 시장이 53.3%로 29.9%를 기록한 한 전 총리를 월등히 앞선 것과 비교해보면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리서치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한 전 총리가 39.2%를 얻어 37.6%인 오 시장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명숙 바람’이 세차게 불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들이다. 한 전 총리 무죄 판결은 여러 측면에서 선거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첫째, 야권이 지방선거에서 전통적으로 제기하는 ‘정권 심판론’ 이슈가 본격적으로 점화되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의 50%대에 육박하는 국정운영 지지도, 야당보다 훨씬 높은 여당 지지도, 현 정부의 글로벌 금융위기 조기 극복에 대한 긍정적 평가 등이 혼재되면서 정권심판론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 전 총리 무죄 판결로 민주당이 선거 국면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게 되었다. 둘째, 천안함 침몰이라는 초대형 국가적 현안 앞에서 지방선거가 맥없이 묻혔지만 한 전 총리의 무죄 판결을 계기로 지방선거 분위기가 되살아나고 있다. 당장, 위기감을 느낀 한나라당은 ‘오세훈-나경원-원희룡’의 경선 경쟁을 부각시켜 한 전 총리에게 쏠리는 주목도를 상쇄시키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경선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TV 토론회와 순회 경선을 적극 검토할 태세다.

셋째, 진보세력 결집과 야당 후보 단일화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만약, 한 전 총리가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되면 ‘공동 지방정부론’을 토대로 노회찬 진보신당 후보와의 단일화도 이뤄질 수 있다. 그 시점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전후해서 이뤄질지 모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나라당은 ‘한명숙 바람’ 차단을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문제는 그 방법에 있어서 성숙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한 전 총리는 법률적으로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도덕적으로는 유죄다”라는 이른 바 ‘도덕적 유죄론’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민심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리서치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 전 총리의 무죄선고에 대해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한 만큼 당연한 결과’라는 응답이 49.9%로 ‘잘못된 것’(31.3%)이라는 대답보다 훨씬 많았다는 것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인 이유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후보자들은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정도를 지키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어떤 유혹과 어려움이 있어도 중앙정치가 지배하는 담론과 공약에 매몰되지 말고 자신이 주체가 되어 지방선거가 살아 숨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그것만이 민심을 얻는 왕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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