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갈등, 공론화가 해결 첫걸음

지난 5월 21일 원불교 서울 여성회(회장한지성)는고부관계 갈등해소를 모색하는 사회 심리극 공연을 가졌다.

서울여성회 공연에 앞서 20여일간 10여명의 원불교 여성회원들은 ‘강남 상담 및 심리치료 연구소’ 방기연 담당실장과 함께 여러 유형의 고부간 갈등상황을 객관화하는 자리를 가졌다. 한편 공연은 즉석에서 관객이 능동적으로 참여한 가운데 참여자들의 행동을 지켜보며 스스로 해결점을 찾아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외출 후 늦게 들어오는 며느리와 그런 며느리가 못내 못마땅한 시어머니. 며느리가 주는 용돈은 자존심이 상한다며 아들에게만 받기를 고집하는 시어머니가 며느리는 섭섭하기만 하다.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남편이 받아오는 박봉에도 매달 섭섭하지 않게 용돈을 드리는 등 하느라고 했지만 끝내 딸처럼은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어머니의 누적된 불만도 만만치 않다. 공부 많이하고 고상한 며느리는 늘상 샐쭉하고 돈을 버는 것도 아니면서 항상 바빠 아니꼽기 그지없다.

시어머니역을 맡게된 송화전씨는 “고부간의 갈등은 충분한 대화없이 자신의 처지에서 상대방의 의도를 미리 짐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 같다”고 결론 내렸다.

한편 방기남 담당실장은 “고부간의 문제는 아직까지는 집안일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어 솔직하게 자신의 처지를 토로하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하는 상태”라며 “고부간의 문제를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공개하는 과정을 통해 해결점을 찾아나가는 것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이번 공연은 즉석에서 관객들이 참여,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사건이 전개되기도 하고 갈등 상황이 리얼하게 드러나지 않아 고부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루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간 비공개적으로만 다뤄지던 고부간의 골 깊은 문제를 종교적 차원에서 사회적으로 공론화하려 했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의를 갖는다.

원불교 여성회에서는 지난 2월부터 소식지의 특집기획을 통해 생활방식의 차이, 육아문제 등과 맞물린 고부간의 갈등을 각각 시어머니의 입장, 며느리의 입장을 동시에 게재하며 차이를 인정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펴기도 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