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한은)이 반가운 전망을 내놓았다.
지난해 말 전망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4.6%. 그런데 최근 이를 수정하면서 5.2%로 크게 높여 잡았다. 이 같은 전망에 대해 한은은 “지난해 말 전망 당시와 비교할 때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더욱 뚜렷해지고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계 교역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같은 전망에서 ‘수출보다 내수의 힘’을 더 큰 이유로 제시했다. 장기간의 소비 침체에서 벗어난다는 전망이라 더욱 반갑다.
이런 전망에 화답하듯 백화점, 대형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의 매출이 증가하고, 소비 증대와 내수 활성화를 상징하는 각종 지표가 나타나고 있다. 경제가 좋아진다니까 좋다. 좋은데 왜 좋은 것인지 안다면 반가움이 더 커지지 않을까. 그래서 알아보기로 했다. ‘경제성장률=실질 GDP 성장률’이라는 것을.
한은이 발표한 경제성장률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실질 GDP 증가율’이다. 여기서 ‘GDP’와 ‘실질 GDP’를 이해하면 이 문제의 답이 보인다. 복잡해 보이는 것 같지만 알고 나면 별거 아니니까 겁먹을 필요 없다. 우선 GDP(Gross Domestic Products)는 ‘국내 총생산’이란 뜻이다. 여러 가지 기준을 알려면 헷갈리니까 한 가지로 확실히 하자면 ‘대한민국에서 생산되는 최종 생산물의 합(생산량×가격)’이다. 최종 생산물이란, 빵을 팔았다면 빵을 만드는 과정에 들어간 밀가루, 설탕 등 재료는 빼고 오직 마지막 빵 값만 계산하는 것이다. 물론 밀가루로 팔린 것은 밀가루가 최종 생산물이다. 이런 생산 실적이 지난해보다 5.2% 늘어난다는 것이다. 5% 이상의 성장이라면 우리 경제 규모로 볼 때 꽤 높은 기록이다.
‘최종 생산물의 합’은 ‘생산량×가격’이다. 이대로라면 물가가 오르는 만큼 GDP가 늘어나게 된다. 이것을 ‘명목 GDP’라고 한다. 물가가 오르면 실제로는 고통인데, 이렇게 긍정적인 모습으로 그냥 넘어가기에는 찜찜하다. 그래서 도입된 게 ‘실질 GDP’다. 이미 눈치 챈 독자들이 많겠지만, 실질 GDP는 명목 GDP에서 물가상승분을 뺀 것이다.
빼는 방법은 간단하다. 생산량은 올해 것을 기준으로 하고, 가격은 지난해 것을 적용해서 GDP를 계산하면 실질 GDP다. 이것을 지난해와 비교해서 증가율을 찾은 게 ‘실질 GDP 성장률’이고 ‘경제성장률’이다. 굳이 경제성장률(%) 계산식을 정리하자면 {(올해 실질 GDP-지난해 실질 GDP)÷지난해 실질 GDP}×100이다.
이제 다시 한은의 발표문으로 돌아가자. 경제성장률을 높였다는 것은 그만큼 생산과 판매가 활기를 보인다는 뜻. 한은은 설비투자는 정보기술(IT) 경기회복과 투자여력 증대로 지난해 -9.1%에서 올해는 13.4% 증가로 대폭 반전될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소비도 가계소득 증가와 소비심리의 호전에 힘입어 4.0%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투자가 살아나면 뒤따르는 긍정적인 현상이 바로 일자리 증가. 한은은 올해 일자리를 새로 잡는 사람들의 숫자를 종전 17만 명에서 24만 명으로 내다봤다.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종전 2.8%에서 2.6%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경제에 봄바람이 분다는 전망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이 글을 읽으며 GDP와 같은 낯선 단어와 씨름한 시간이 조금도 아깝지 않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