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1일 나란히 방영을 시작한 지상파 3사의 수목드라마가 초반을 지났다. 방영 전부터 내로라하는 여배우들의 캐스팅으로 화제를 뿌리며 ‘대전(大戰)’이 예상됐던 수목드라마 간 초반 경쟁은 일단 KBS2의 ‘신데렐라 언니’가 앞서고 있다.
9일 시청률 조사회사 TNmS에 따르면 각 드라마들이 4회를 마친 8일 ‘신데렐라 언니’가 16.8%를 기록해 수목드라마 3파전에서 1위 자리를 지켰으며, MBC ‘개인의 취향’이 12.9%로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다. 가장 시청률이 낮은 SBS ‘검사 프린세스’는 방영 첫 주 시청률 20위권에 들지 못한 수모를 딛고, 8일에는 시청률 9.7%를 기록하며 지상파 일일 시청률 14위에 안착했다.
3파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신데렐라 언니’(연출 김영조)는 신데렐라가 아닌 새 언니의 시선으로 신데렐라 동화를 재조명하고 있다. 문근영이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해 신데렐라를 질투하고 그의 모든 것을 빼앗으려 하는 신데렐라의 언니 역을 맡았다.
문근영은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며 어리광이나 환상이 없는 유년기를 보내 냉소적이고 어두운 성격을 가진 은조 역으로, 기존의 ‘국민 여동생’의 아역 이미지를 벗고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네티즌 신영미(dudal77)씨는 “‘사는 게 지긋지긋해’라고 탄식하던 표정이 압권이었다. 앳되고 순수한 문근영의 얼굴에서 나왔다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카리스마가 보였다”고 말했다.
손예진과 ‘꽃보다 남자’의 이민호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개인의 취향’(연출 손형석)은 어리바리한 노처녀 개인(손예진 분)이 진호(이민호 분)를 동성애자로 오해하게 되고, 우연한 기회에 그 남자와 동거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았다. 동거나 동성애란 독특한 콘셉트로 현대 여성들의 사랑과 우정 그리고 결혼이라는 현실을 잘 반영했을 뿐 아니라, 게이인 남성 친구를 가지고 싶어하는 현대 여성들의 환상도 자극했다는 평가다.
청순가련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손예진은 이 드라마를 통해 엉뚱하고 털털하다 못해 궁상맞기까지 한 개인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그녀는 드라마에서 감은 지 며칠 된 듯한 부스스한 머리를 대충 올려 묶고, 커다란 뿔테 안경을 쓰고 등장한다. 그간 손예진 외모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는 여성스럽고 로맨틱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지만, 그 덕에 연기의 흡인력은 더욱 높아졌다.
손예진의 스타일리스트인 김성일 실장은 “여성스러운 실루엣을 망가뜨리는 ‘보이프렌드룩’의 콘셉트다. 손예진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이기 때문에 시도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검사 프린세스’(연출 진혁)는 그간 드라마에서 제대로 보여주지 않은 검사라는 직업군의 이야기를 다뤄 화제가 됐다. 김소연 분의 주인공 마혜리는 부유한 집의 외동딸로 부모의 엄격한 관리 아래 목적의식이나 자기 고민 없이 살다가 검사가 된 사명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인물이다. 영화 ‘금발이 너무해’의 리즈 위더스푼을 떠올리게 하는 주인공의 모습에 일부 네티즌들은 “지나치게 과한 설정”이라고 지적했다.
김소연은 전작 ‘아이리스’의 암울하고 강인한 여전사의 이미지를 탈피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명품 쇼핑과 피부·몸매관리가 취미인 ‘된장녀’ 마혜리의 푼수지만 사랑스러운 성격을 잘 표현했다.
30% 이상의 시청률로 종영한 전작 ‘추노’의 뒤를 이을 만한 작품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수목드라마 전쟁은 당분간 박빙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여주인공들의 변신과 활약이 경쟁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