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에는 항상 해피 엔딩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드라마‘딸의 선택’은 뚜렷한 결론없이 씁쓸한 여운만을 남겨둔채 끝나버리고 말았다. 서로 사랑이라고 믿고 있지만, 서로 다른 방향을 보면서 너무나 다른 사랑을 하고 있는 남자와 여자 사이의 차이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예상치 못했던 임신으로 여자의 인생이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치닫고 있는데 반해 상대방인 남자는 자신의 계획대로 유학을 간다. 불행을 딛고 행복하게 끝나리라는 예상과 달리 너무 현실적으로 끝나버린 드라마를 보면서 씁쓸한 느낌을 감출 수가 없었다.

현실은 드라마 같다. 남자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모든 책임은 여자에게 남겨진다. 또한 모든 선택도 여자가 한다. 고등학교 중퇴의 미혼모가 되든지, 낙태 후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든지 그건 모두 여자의 몫이다. 어느 문제에서고 남자는 벗어나 있다. 남자와 여자, 둘로 인해 생긴 문제에서 남자는 너무 멀리 벗어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딜레마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최선의 해결책이란 어리석은 답일지라도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일텐데.‘ 남녀칠세부동석’이라든지‘순결 이데올로기’를 들이밀며 우리의 청소년들에게 강요하기엔 우리의 아이들은 이미 너무 많이 안다. 그러나 그‘앎’역시 너무 편협하다. 이젠 현실적인 성교육만이 우리의 청소년들을 살릴 길이다. 이런 교육이 우선적으로 실시되어야 하겠고 그런 교육 후에도 이런 문제가 계속되지 않도록 선택에 대한 권리와 의무를 깨달을 수 있도록 어른들이 도와야한다.

이 드라마를 통해 이 사회에 배여있는 ‘남자와 여자’의 현실을 볼 수 있었다. 물론 현실의 성폭력 피해자들과는 조금은 동떨어진 배경 설정-그들 부모는 모두 전문직 종사자이며 중산층 이상의 생활을 하고 있으며 남자는 미국의 명문 공과대학으로 유학을 간다-으로 해피엔딩으로 끝났다면 아무런 여운없이 그럴듯한 러브스토리 하나 보았다고 생각하며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어쨌든 이런 모든 걸 떠나서 요즘 많은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청소년 성문제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되었다.

앞으로 20년쯤 뒤 그 아이가 낳은 아이가 사랑을 할 때쯤엔 지금과 같은 고민으로 세상에 부딪치며 상처받지 않는 세상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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