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양육은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
“나를 위해 존재하는 어른 있다”는 확신이 핵심

현대 과학문명과 개인주의의 확산, 그리고 급속한 핵가족화 현상의 물결 속에서 자녀 양육의 책임이란 뜨거운 감자는 어디로 넘어가고 있을까? 더구나 여성 전문인력의 사회적 수요가 나날이 증대하고 여성 자신들의 사회 진출 욕구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더이상 양육의 책임을 전적으로 여성에게 몰아부칠 수는 없다는 사회적 공감대도 어느 정도 형성되어 가고있는 추세다.

‘어머니에게 죄책감을 강요하는 사회’를 정면 반박하고 “어떤 가정도 고립된 섬은 아니다”는 명제 아래 자녀양육에 대한 사회 공동책임 그리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장치들을 강조한 책들이 이미 지난 해 초부터 서점가에 나와 시선을 끌기도 했다. 미국의 페미니스트시인 아드리엔느리치의 <더이상 어머니는 없다>등의 여성학에 기초한 책부터 독일의 페미니스트 언론인 레기네 슈나이더의 <일하는 엄마가 좋은 엄마다>, 미국의 대통령부인 힐러리 로드햄 클린턴의 <집 밖에서 더 잘 크는 아이들>등이 바로 탈 모성신화 물결을 주도한 주인공들.

이런 흐름 속에서 최근 선보인 <일하는 여성의 아이 키우기>(페터 에라트 지음/ 김경연 옮김/ 여성신문사 펴냄)가 직장여성의 막연한 죄책감을 이론적 근거에 기초해 덜어준다는 점에서 또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이 책은 독일의 아이히슈태트 가톨릭대 교육학과 교수인 저자 페터 에라트가 남성이라는 점에서 이미 출간된 다른 책들과 구별된다. 이에 대해 역자 김경연씨는 “남성인 저자가 객관적이고 포괄적인 관점을 유지하려 노력했다는 점에 독특한 가치를 두고 싶다. 저자는 육아를 여성에게 전가 시키려는 사회적 압박에 대한 여성들의 일축과 분노에 공감, 진지하게 반응하면서 전문가적 입장에서 제도적인 면을 파고 들었다”고 설명한다. 특히 김씨는 기존 가정의 개념이 변화 해가고 있는 시점에서 홀어머니, 홀아버지, 공동체 가정 등 다양한 가정 형태를 십분 인정함으로써 다양한 육아 책임자의 가능성을 저자가 제시한것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김씨에 따르면, <일하는 엄마가 좋은 엄마다>의 슈나이더가 주장한 ‘심리적 의탁인’의 근거도 더듬어 보면 바로 <일하는 여성의 아이 키우기>에서 찾을수있다. 즉, “ 아이는 아버지가 될 수도 있고 탁아모가 될수도 있는, 전적으로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어른이 있다는 확신이 필요할 뿐이다”라는것. 저자는 이에 대해 아이에게 있어 ‘누구’나 ‘얼마나 오랫동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어떻게’가 훨씬 중요하다고 말한다. 생후 18개월된 아이들 중 3분의 1 이상이 5인 이상의 중요 관련인물을 갖고 있다는 것은 학문적으로도 입증된 사실이다. 그러기에 엄마-아이 사이의 경직된 생물학적 결속관계 보다는 관계 자체의 질이 우선 순위라는것. 이때 가장 중요한점은 양육자가 만족스러운 감정을 가지고‘기꺼이’양육에 참여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맞벌이부부의경우, 양육에서 동등한 파트너쉽의 본을 아이에게 보임으로써 자녀들의 파트너쉽 발현을 돕고 그들로 하여금 기존 성역할 구분을 거부하게 만든다. 특히 여자아이들은 직장여성인 자신의 어머니를 이상적 모델로 삼으려는 경향이 짙다. 따라서 ‘까마귀엄마’라거나‘열쇠 아이’같은 직장여성의 가정에 붙여진 부정적 개념들은 더이상 정당하지 않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저자는 이상적 육아를 위해 아버지의 공동의무를 강조한다. 이로써 아버지들은 자신의 인생에 새로운 차원이 부여됨과 동시에 아내와의 관계도 강화된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는것. 또한 "가정은 아이들이 세상에 발을 디뎌 출발을 시도하는 안식처라는 사회적 확실성을 심어주는 것” 역시 무척 중요하다. 가정은 궁극적으로‘해체’를 위해 조직되었다는 과감한 주장도 저자는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부모들은 ‘탯줄끊기’의 각오와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또 하나의 대안은 양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의 이행. 그 첫번째는 기혼 여성의 독자적 노후 보장제도를 마련하여 양육시간 고려와 함께 이혼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계산하는 법적 뒷받침이다. 또 탁아소, 유치원 외에도 아이들이 12세까지 하루 종일 머물며 공동생활을 경험하는 ‘열린 어린이집’, 초등학생의 방과후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학생의 집'등의 양육관련 사회시설들이 좀 더 많이 생기고 활성화되어야 한다. 아울러 개별 회사 또는 몇개의  회사가 연대하여 탁아시설을 만듦으로써 피고용인들의 육아를 지원하는 직장 분위기도 중요함을 저자는 강조한다. 이같은 탁아기관 이용의 성공은 부모가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지, 아이가 이에 대한 준비가 잘되어 있는지, 그리고 탁아가 자연스럽게 아이의 하루 일과 속에 편입되어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저자는 힘주어 결론 내리고 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