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는대로’ 자연스럽게 떠드는 것처럼 보이는 연설도 사실은 철저히 준비된 연출인 경우가 많다.
사실 10분이라는 시간을 1백명의 청중으로부터 뻬앗는 것은 1천분의 시간을 한사람의 연사가 요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매사에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는다는 말은 흔히 듣는 이야기다. 이런 태도는 국제회의에서 만나는 학자, 정치인, 연에인, 예술가에게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대부분의 외국인 발표자들은 단 10분 또는 20분간의 간단한 연설을 할 때에도 그 시간을 완벽하게 충실하게 하기 위해 원고를 준비하고 반복하여 연습을 하고 시간을 재어보고 호텔 객실의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표정을 수정해 가면서 준비를 한다.

‘되는대로’ 자연스럽게 떠드는 것처럼 보이는 연설도 사실은 철저히 준비된 연출인 경우가 많다. 사실 10분이라는 시간을 1백명의 청중으로부터 빼앗는 것은 1천분의 시간을 한사람의 연사가 요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찌된 셈인지 우리들 사이에는 ‘그냥’ 잘하는 것이 ‘연습하여’ 잘하는 것보다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보편적이다. 주어진 시간을 무슨 내용의 말을 어떻게 하겠다는 뚜렷한 ‘목적의식’이 없는 경우가 많다. 교육개혁을 한다는데 새로운 교과과정에는 자기 의사를 논리적이고 설득력있게 표현하는 것을 가르치는 과목도 포함되기를 바랄 뿐이다.

조리있는 발언 훈련의 부족 때문이라고 학교 교육을 탓할수도 있겠으나 우리와 비슷한 일본인들은 전혀 딴판이다. 그들은 우선 발언할 내용을 문서로 만들어 준비한다는 점에서 예외가 없다. 우리나라 연사들이 발표자료를 준비할 때에도 대개 주최자나 동시통역사들의 독촉과 성화에 못이긴 듯 졸속으로 만들어 너무 늦게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일찌감치 자료를 전달하고 내용을 일부 고쳤다고 수정본을 들고 동시통역사를 만나러 찾아오는 일본인 연사들을 보면 완전히 딴 세상을 보는 것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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