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성’에 대한 긍정이 저를 구원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여성 삶 그려 ‘착한 여자’ 의미 재정립

공지영(34)씨가 한겨레신문에 연재한 장편소설〈착한여자〉가 완간됐다.

〈착한 여자〉는 연재 당시에도 문단과 독자의 비상한 관심을 끌어온 화제작이었고, 작가 스스로도 자신의 문학 인생에 있어 ‘전환점’이라 말할 정도로 이전과는 변모된 소설 세계를 전개해 특히 주목된다.

소설은 같은 동네에 살며 어린 시절을 함께 했던 정인과 명수, 미송, 현준 등이 끈끈한 인연으로 관계를 가지며 어른이 되고 사랑을 하는 과정을 그리면서 주인공인 정인의 변화과 정을 세밀하게 그려낸다.

작품은 액자소설의 형태로 작가는 정인의 삶을 그리며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의 일과 자주성을 생각한다.

먼저 소설은 여성문제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음영을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결말 부분에서 보여주는 여성의 자립적인 삶의 형태는 이혼이라는 단순한 형태의 저항과는 크게 다르다. 그간 남성의 독선과 폭력에 맞서기 위해 여성이 취할수 있는 소극적 저항인 이혼이라는 틀을 넘어 홀로 서는 여성의 구체적 실상을 그리고 있다는 얘기다.

또 〈착한여자〉의 주인공은 공지영씨에게 꼬리표처럼 붙어다녔던‘후일담 작가’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민주화운동이란 고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고등학교 밖에 나오지 않은 평범한인물이다. 작가는 80년대 운동권과 그 주변인물들의 삶이라는 소재를 차용하고 있음에도 평범하기 짝이 없는 한 여성의 사랑, 상처, 그리고 재생이라는 짜임을 만들어 의도적으로 여성문제를 부각 시키고 있다.

공지영씨는 “어떤 주의나 이데올로기를 모르더라도 여성이라는 진정한 힘을 긍정했을 때 관념적 운동이 실천적 지평을 맞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는 또 “나 자신도 ‘정인’처럼 사회적 타격 속에서 좌절하고 자신을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고민했었다. 자신을 여자로 받아들이기를 의식적으로 거부해왔고 일반적인 여성을 기피 했었던 내가 본질적으로 부드러우면서도 힘차고 따스한 진정한 ‘여성성’을 인정하게 되면서부터 나 자신도 구원할 수 있었고 어렴풋하게나마 여성운동의 방향을 찾을 수 있었다”고 토로한다.

〈착한 여자〉의 정인은 결코 착하지 않다. 젊은 시절에는 자신의 견해를 펴기보다는 상대 남성의 생각에 순종하고, 자신에게 가해지는 상처에 숨죽이며 참는 그런 여성이었다. 얼핏 보면 아주 착한 여자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남성의 입장에서 보면 더욱 그렇지만) 맹목적인 헌신과 복종은 선한 것과는 거리가 먼, 그 수동성으로 인해 주위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묵직한 짐을 얹어 주게 된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정인은 자신의 삶에 대해 주체적인 선택을 하고, 의미있는 일을 찾고, 자신의 생기가 주위에 확산되고, 자신을 사랑하여 그 사랑을 나눌 수 있게 되었을때 비로소 ‘착한여자’로 거듭난 것이다.

공지영씨는 90년도에 〈더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를 발표, 당시로서는 다소 생소한 운동권의 이른바 ‘후일담 소설’을 써서 주목받아 오다가〈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로 여성문제에 정면 도전하여 ‘페미니스트 작가’라는 수식어도 얻게 되었다. 문화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선구적으로 문제의식을 터뜨려온 공지영씨는 신작 〈착한 여자〉에서 진보적 지식인과 일반대중이 이상적으로 결합하여 여성운동과 시민운동을 한데 아우르며, 여성의 포용력과 생명력 넘치는 모성으로 사회의 모순을 끌어안자는 메시지를 보낸다. 이는 또한 ‘反페미니즘’의 기운이 창궐하는 현 시점에서 상당히 시의적절하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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