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 스폰서 대행 꿈꿉니다`”
협찬 대행업으로 틈새시장 파고들어 성공. 전직원 여성으로 우먼파워 과시

(주)팩시아 커뮤니케이션은 협찬(광고)대행사이다. 공중파 방송사에서 각종문화, 예술, 체육, 공익, 전시회 행사를 실시 할때 보통 제작비를 협찬받아 진행한다. 이때 일반 기업체로부터 협찬을 받아 행사 주체에게 전달하는 중간 단계 업무가 팩시아커뮤니케이션에서 하는 일이다. 그동안 팩시아가 협찬대행을 했던 행사들은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 초청공연, 광주 비엔날레, 헝가리 체코브르노 국립교향악단 초청공연, ’96서울국제도서전, ’96추석특집-고향가는길 등이 있다.

협찬대행사’라는 업종명이 그리 눈에 익은 단어는 아니지만 틈새시장으로서 사업가능성이 무한하다. 지방에는 거의 없고 서울에만 8개 업체가 있는데 법인체는 팩시아 커뮤니케이션을 포함 2군데뿐이고 나머지는 개인업체이다.

“적절한 협찬대행은 결국 방송사측에서는 행사 제작비 부담을 절감함에 따라 방송의 질을 높일 수 있고 일반 사기업 입장에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대형매체를 통해 자연스럽게 홍보가 가능하며 일반사람들은 우수한 문화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해주죠.”

업종에 대한 자부심 하나는 만만치 않지만 사업가로서는 3년차를 맞고 있는 새내기 김경임(37) 사장은 ‘사장님’이라는 직함이 아직도 낯설기만 하다.

그러나 창업 후 3년째를 맞는 짧은 기간안에‘믿을만한 기업’이라는 인식을 거래처에 확실히 심어주며 업계 1위로 빠르게 부상할 수 있었던 것에는 협찬을 주는 쪽과 받는 쪽에서 귀찮아 할 정도로 완벽하게 일을 마무리하는 김경임 사장의 사업가 근성을 들 수 있다.

“사실 매출 면에서 본다면 아직 올라가야 할 계단이 많이 있죠. 하지만 업계에서 넘버원으로 자리잡았다고 자신할 수 있는 것은 서비스질과 일의 완성도, 신뢰도로 이것만은 타업체의 추종을 불허 합니다.”

이런 자신감을 얻기까지에는 수많은 좌절감을 이겨내야 했다. 초창기에 무척 쉽게 생각했던 사업이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생각대로 움직여주질 않아 크게 당황했었다.한 1년 고생만 진탕 하다가 결국 문닫을 결심까지 하고야 말았다.

창립 멤버들과의 불화, 연줄도 전혀 없는곳에서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름도 없었던 무명기업 여사장에 대한 못미더운 시선.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물거품이 되고 마는 행사에 협찬사를 대주려면 자연히 영업은 시간과의 전쟁인데 시간 내 협찬사를 못 구해 펑크를 냈던 일들이 기세등등 했던 김사장의 무릎을 꿇게 했던 것이다.

그러나 집을 팔아서라도 하고 싶은 사업을 하라며 등을 떠다민 남편이 대준 사업자금을 떠올리니 그대로 날릴수가 없었다.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선 후 김경임 사장은 이제 영업을 위해 방문한 사무실이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예전에‘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하는 생각에 행동이 부자유스러웠던 반면 이제는 어딜가든 내사무실처럼 마음이 편할 정도로 사업가다운 배포를 갖추게 되었다.

가정형편이 안좋아 직장생활을 하면서 야간대(국제대 영문과)를 마쳐야했던 김경임 사장은 아메리칸익스프레스사에서 10년동안 마케팅 플래닝 매니저로 일한 경험이 지금 사업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가 아멕스에 근무할 당시 아맥스의 가격 정책에 관해 80여장의 영문 제안서를 작성, 뉴욕본사에 제출해 한국영업정책에 큰 영향을 미쳤던 일과 강남에 지점을 내야한다는 제안서를 독자적으로 제출해 본사의 승인을 따냈던 일은 아멕스 사상 전무후무한 일로 기록되었다. 그러나 틀에 박힌 직장생활이 너무 오래 지속되면서 김경임사장은 매너리즘에 빠지기 시작했고 그와 동시에 “독자적인 사업을 하고싶다”는 생각이 꿈틀거렸다.

“주로 책상에 앉아서 남이 발로 뛸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짜주는 일만 하다보니 내 역량을 발휘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느껴지더군요. 문서에 내 생각을 쏟아 내놓는것이전부이다 보니 남는 에너지를 소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의자를 박차고 나가 몸을 직접 움직이는 일이 당시에는 나에게 더 중요하게 느껴졌거든요.”

그의 이런 생각에 불을 지른 것은 회사에서 실시한 조기퇴직제도(Early Retirement Program)였다. 퇴직 후 그는 광고대행사에서 잠깐 일을 하던 중 협찬대행사라는 틈새시장을 발견하고 공략하기에 이른것이다.

재작년부터 매출이 생기기 시작해 1년마다 조금씩 사무실 크기를 넓혀가는 재미가 김경임 사장의 행보를 더욱 부산하게 만든다. 보통 8억에서 10억짜리 특집 이벤트에서부터 몇백만원짜리 행사까지 다양한데 이 중에서 10% 정도의 수수료를 받는다. 그동안 협찬사로 거래를 튼 업체만도 새마을금고, 엘칸토, 쌍용정유, 현대자동차 서비스, BMW 등 굵직한 업체들이다.

팩시아 커뮤니케이션의 12명의 직원은 모두 여성이다. 직원들에게는 전체를 파악하면서 이벤트 주체자와 협찬사 사이에 중간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데중점을 두고 있다.

은행에서 전산개발 업무를 맡고 있는 남편과의 사이에 13살, 7살된 딸을 둔 김경임씨도 육아문제로 직장생활을 계속할 것인가를 두고 고민에 빠진 적이 있다. 육아와 가사를 담당하는 사람을 집에 두고 집안일을 맡기다보니 월급의 반 이상이 지출되자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갖지 못하는것도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본인의 뜻이 아닌 다른이유로 일을 그만둔다는 것이 싫었다. 어린딸이지만 의견도 물었다. 대답은“엄마일은 계속 하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두 딸에게 “이것이 너희들의 생활패턴이다. 적응해라”라고 못을 박았다. 대신 주말만은 아이들에게 집중투자하는 시간으로 남겨두었다.

“한 방송국과 집중거래하는 것에서 탈피해 여러 곳으로 거래처를 늘릴 계획”을 밝히는 김경임 사장은 가깝게는 올해 예정된 볼쇼이 아이스쇼, 휘트니휴스톤 내한공연, 대학가요제등과 오는 2002년 월드컵의 스폰서를 대행하는 꿈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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