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국가 기념일 제정에는 여성의 힘 커`”
지역여성들, 특별법 제정촉구서명운동. 삭발투쟁 벌이기도

 

5.18광주 묘역에 헌화하고 있는 안성례 위원장.
5.18광주 묘역에 헌화하고 있는 안성례 위원장.
제17주기를 맞는 5.18 광주 민중항쟁이 올해 법정국가기념일로 제정되었다.

17년 전인 지난 1980년 비닐에 둘둘 말거나 쓰레기차에 실려와 망월동 묘역에 매장됐던 영령들을 국가기념사업으로 조성된 묘지로 안치하기 위해 바쁜 광주의 요즘.

1994년11월1일.‘ 5.18기념공원’조성의 첫삽을 뜬 이후 이제 거의 완공이 돼가는이 묘지로 5월의 햇살을 받으며 그 유골들이 이장 되고 있다.

금년 5.18 광주민중항쟁 기념식은 5월 18일이 법정기념일로 개정됨에 따라 그 추모행사가 한층 더 다양하게 펼쳐지게 된다. 그래서인지 광주는 어딘지 모르게 들떠있는 분위기다.

법정기념일 제정된 후

추모행사 한층 다양

5.18 민중항쟁이 국가기념일로 제정된 데에는 이 지역 여성들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됨에 따라 안성례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위원장을 찾아 보았다.

“5.18은 여성이 위기 속에서 훨씬 강하고 담대함을 입증해 주었습니다. 오늘날의 망월동이 존재케 된 것, 혹은 17년 동안 이토록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자식을 잃은 어머니, 유족 및 부상자의 아내, 또 직접 당한 여자 부상자 등 여성들이 끝까지 같이 투쟁했기 때문입니다.

또 그동안 이 지역 여성들이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인 것, 각 시민단체를 비롯해 민주연합, 5.18 여자 부상자회 등 유족들이 삭발하며 명동성당에서 장기농성을 했고 그런 사정들이 전국에 알려지면서 특별법이 제정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전남도의회나, 광주광역시의회 모두 5.18 특별위원장광역은 여성인 점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이들‘5.18특위’는 80년대의‘5.18’을 전국화 하는데 큰 몫을 했다고 봅니다.

결국 17년동안 이 문제를 안고 전남도의회와 광주시에서만 고군분투해 왔습니다. 국회에는 13대에만 5.18특위가 있었을 뿐, 국가사업을 지역에서 해내느라 퍽 힘들었습니다. 외롭고 힘겨울 때가 얼마나 많았는지 역사는 정직하다고 말한 고려대 강만길 교수 말처럼 정의, 인권 차원에서 우리나라도 여성이 기대 이상의 활동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현장증인(당시 기독병원 수간호사)이었던 안성례 위원장은 그래서 더욱 사명과 의지를 가지고 역사 앞에서 진실 규명을 위해 꾸준히 일해 왔다고 한다.

아울러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명예회복, 시민에 대한 집단배상, 5.18정신계승과 헌법에 기재토록 하는 것 등 5대 원칙을 세워 추진 해왔다고 한다.

아직 국립묘지 승격과 국가유공자로의 추대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반드시 성사될 것이라고 믿는다는 안위원장은 근세에 와서 시민들이 깨끗하게 항거한 것은 5.18 광주민중항쟁 뿐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삶과 죽음이 교차되는 기로에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주먹밥을 지어나르고,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헌혈에 줄을 이었고, 타율적인 규제가 없어진 상황에서 오히려 자율적으로 질서를 유지한 시민정신, 이것들이 바로 5.18을 성공으로 이끌어 결실을 낳게한 시민 공동체정신이었으며, 그 저력엔 여성들의 솔선수범한 봉사정신이 뒷받침된 것이라고 안위원장은 전한다.

안 위원장은 또 5.18에 대해 점수를 90점으로 주면서, 당시 시민들에게 총부리를 겨 눈 당사자들의 불법적 부도덕성이 정치·경제·사회 전체를 엄청난 위기로 몰아갔고, 5.18민중항쟁은 처음부터 이를 정죄했던 참으로 잘한 일이었다고 말한다.

국립묘지 승격과 국가유공자

문제 해결 돼야

17년동안 외로움과 고독을 참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여성들의 인내와 정의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며, 그것은 내 아들 딸들의 죽음의 가치를 찾아 주고자 하는 모성 투쟁의 결실이라고 강조한다.

여러형태의 비난들이 쏟아질 때마다 안 위원장은 남편인 명노근 교수(전남대 영문학과)가 그 당시 법정진술에서 갈릴레오의“그래도 지구는 돌고 있다”는 비유를 들면서 역사의 진실을 토로한 말을 회상하며 어려움들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술회하기도 한다.

안 위원장은 청소년들에게 우리가 어떻게 5.18을 겪었는가를 알려주어 위대한 후손임을 정신적 유산으로 남겨 주어야 한다고 안타까워 하기도 한다.

5.18 민주나무헌수 운동

원활한 진행 바래

특히 이 국가사업을 추진해 가는 동안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것은 정부에서 돈으로 무마 시키기 위해 권장하듯 보상을 해줘 버린 것이라고 말한다. 5.18이 진정으로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 돈을 받지 말자고 했을 때 입막음 보상을 받아 매수된 사람들의 공격은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일이었다.

덧붙여 안 위원장은 전국민이 5.18에 대해 바른 이해를 해주길 바라고 있다. 선진국진입을 위해선 사회의 전후 좌우를 보고 분석하는 의식을 특히 여성들이 가졌으면 한다고 말한다. 현장을 보고 합리적인 생각과 의식을 세우길 부탁 하고 싶다고 말한다.

‘5.18민주나무 헌수운동’이 처음엔 좀 저조했지만 요즘 해외동포에게서도 끊임없이 모금 되어 온다고 말하며 잘 진행 되어감을 시사했다. 무엇보다 안위원장은 5.18국가기념일 원년을 기해 5.18 광주 민중항쟁이 국민 모두의 품으로 따뜻이 안겨지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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