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열린 창] 순차통역과 동시통역
[세계로 열린 창] 순차통역과 동시통역
  • 김지명 / 동시통역사 한국동시통역연구소대표
  • 승인 2017.09.13 12:00
  • 수정 2017-09-13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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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주최를 담당하는 실무자가 순차와 동시통역을 이해하지 못하여 낭패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순차통역과 동시통역을 혼동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순차통역은 연사가 말을 한 다음에 통역을 하는 것이고 동시통역은 연사의 말을 밀폐된 통역실에서 헤드폰으로 듣고 같은 시간에 마이크로 통역을 해 주어서 참석자가 이어폰으로 들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순차통역과는 달리 동시통역에서는 통역 때문에 따로 시간이 걸리지 않아서 효율적이고 생동감이 있는 대신에 반드시 통역장비와 동시통역사가 있어야 하고 청중은 이어폰이 있어야만 들을 수가 있다.

회의주최를 담당하는 실무자가 순차와 동시통역을 이해하지 못하여 낭패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몇 년전 모 주요 일간지가 제휴관계에 있는 미국의 대기업 회장을 초청하여 공개강연회를 열면서 동시통역이 제공된다는 내용을 포함한 사고(社告)를 신문 1면에 며칠간 대대적으로 내 보냈다.

강연장인 신라호텔의 그랜드볼륨은 강연시작 30분전부터 사람들이 밀려들기 시작하여 강연이 시작될 때는 2천명이 넘는 청중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내가 동시통역을 위해 현장에 도착해보니 동시통역을 하기 위한 장비가 전혀 준비되어있지 않은것이 아닌가?

늘 그렇듯이 필자는 그 전날 미국인 연사와 연락하여 강연의 요지를 듣고 1시간 20분으로 예정된 시간을 1시간의 강연과 20분간의 질의응답으로 하자는 협의를 마쳐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몹시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장비가 없어서 순차통역을 하게되면 통역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연사의 발표시간이 반으로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사태를 즉시 판단하고 결정을 내려야 했다. 행동이 민첩하기로 이름난 신라호텔의 엔지니어들도 그렇게 빨리 2천개의 이어폰을 준비하고 통역장비를 준비할 수는 없었다. 나는 연사에게 상황을 간단히 설명하고 강연시간을 3분의2로 줄여줄 것을 부탁한 후 요약된 형태로 순차통역을 함으로써 그럭저럭 시간을 맞추어 강연회를 끌낼 수가 있었다. 다행히 청중중에서 아무도“왜 예정대로 동시통역을 안하느냐?”하는 항의도 없었고 그 실무자에 대한 문책도 없이 잘 넘어갔으나 등에 땀이 나는 순간이었다.

우리가 흔히 강연회에서 보듯이 연사의 말이 끝나고 하는 통역을 현장에서 하니깐 동시통역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아서 나는 가끔 통역하는 후배들에게 농담을 한다.“그렇다면 순차통역은 연사의 말을 듣고 집에 한번 갔다가 와서 하는 통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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