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적 대인관계는 청소년 문제의 근원적 해결방안”
소아·청소년 의학 전공의, 논어·맹자·성경 등을 통해 제시

“현재 청소년에 대한 교육은 학교, 가정을 비롯한 이 사회 어느 곳에서나 외적인 것에 치중되어 있습니다. 즉 지식만 가르칠 뿐, 그 지식을 사용 하는 내적 태도는 등한시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불균형에서 유발되는 각종 청소년 문제는 단시일에 해결 되는 것이 아닙니다”.

최근〈청소년에게 보내는 한 정신과 의사의 편지-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보라〉(열음사)를 출간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조수철 박사는 요즘 만연하고 있는 청소년 문제의 임시방편적 대안이 아닌 근원적인 문제해결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책 제목에도 명시되어 있는 소아·청소년의학을 전공한 정신과의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독자들은 으레 조박사의 저서에서 임상사례를 통한 해결책을 기대한다.

“만약에 임상사례를 책에 인용하게 된다면 아무리 익명으로 기록해도 본인과 가족들은 알게 마련입니다. 이러한 일은 환자에게 상처가 되고, 이를 막기위해 내용의 변경이 이루어진다면 그 임상사례는 사실이 아닌 것이 됩니다.”의료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저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임상사례를 조박사가 책에 담지 않은 이유를 통해 그가 청소년 문제에 해결책으로 제시할 방안이 무엇인가를 엿볼 수 있다. 환자와의 관계는 의사가 맺는 주된 인간관계 중의 하나. “‘인간(人間)’이란 말 본 래의 뜻이 사람과의 관계입니다. 모든 문제는 인간관계에서 발생됩니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부모와 자녀, 교사와 학생의 일방적이고 불균형적인 인간관계에서 청소년문제는 발생하는 것이지요.”

조박사는 바람직한 인간관계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사랑이 우선되어야하고 이를 위해서 인간 존재에 대한 중요성을 책 서두에 기록 하고 있다. 또한 이 책에서 주목할 점은 조박사가 중시하는 대인관계의 교과서를 ‘논어’, ‘성경’, ‘ 맹자’, ‘중용’ 등의 고전으로 채택했다.“ 사람은 누구나 긍정적인 면은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정적인 부분은 쉽게 발견될 뿐더러 그 습득이 용이하죠. 반면, 긍정적인 부분은 일정한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에 해당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현재 학교와 가정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은 이와는 거리가 멀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며 보편성을 가지는 고전들이야말로 균형적인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노하우를 알려준다고 생각합니다.”

각 고전이 변함없이 이야기하고 있는 여러 원리들 중에서 조박사가 인간관계의 핵심으로 제시하는 것은 ‘힘과 통제, 생존의 원리’이다.

보통 인지되는 것과 다른 뜻을 함유하고 있는 이 세 원리는 삶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힘을 적절하게 통제하며, 생명의 근원인 물을 닮는 생존의 원리를 이야기 하고 있다. 즉, 학문적인 지식을 겸손과 사랑으로 사용하여 자신과 인간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과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은 이 세상의 모든 불균형을 해소시키는 방법임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조박사는 가정에서 이 원리를 통한 균형적인 관계 성립에 애쓰고 있다. ‘뽐내지 맙시다’라는 가훈을 통해 통제의 원리를 가르치고, 독서의 권장을 통해 힘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교우관계에서는 양보와 인간존중을 우선시 해 ‘물’같은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러나 조박사가 더욱 강조하는 것은 청소년들이 보고 배울 수 있는 ‘모델’의 존재여부이다. “아무리 자녀들에게 고전을 통하여 가르쳐도 소용이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나 교사들의 행동입니다. 그들의 행동이 가르침과 일치할 때 설득력을 가지고 아이들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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