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성만을 위한 가족제도는 불행 예고 한 것”
인도 영아살해 한국 남아선호사상 빗대 가족제도에 문제제기

“먼 나라 인도의 영아살해를 통해 한국의 남아선호사상을 빗대어 얘기하여 독자들에게 질책을 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선택의 문제인 ‘낙태’에 관해 옹호냐 반대냐를 가르기 이전에 몰래 낙태를 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가족제도에 대한 꼼꼼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얼마전 문단비리를 파헤쳤던 문제작 〈적들의 사회〉를 발표하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작가 이진우(32)씨가 우리나라의 남아선호사상이 빚은 ‘낙태’ 문제와 인도의 여자영아살해 사건을 빗댄 소설 〈인도에 딸을 묻다〉를 출간했다.

소설은 송하문과 정해주라는 한국의 부부와 라바나와 락쉬미라는 인도의 여성들의 이야기가 개별적으로 진행되다가 인도로 간 송하문의 경험과 인식에 의해 교차하고 어떤 공통점으로 결국 하나의 문제라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작가는 책을 통해 인간이 만들어 놓은 제도에 처한 여자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한다. “여자의 삶은 곧 남자의 삶이라는 생각이 아직도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본래 제도란 합의된 행복 추구 수단입니다. 그러나 제도 그 자체가 거대한 괴물로 변해버린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시대와 사람은 변했지만 제도는 변하지 않고 이로 인한 불협화음은 당연할 뿐 아니라 불행은 예정된 것입니다.”

이런 생각 때문에 그는 한국의 문제와 인도의 문제가 대동소이한 것이며 딸이나 아들이 어떤 필요에 의해서 선호되는 사회적인 분위기, 그리고 그 뒤에 버티고 선 뼈만 남은 가족제도가 정말 합당한 것인지 묻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또 말한다. "작가후기에도 썼지만, 저는 대학시절 낙태를 해야겠다는 여자 친구의 손을 잡고 산부인과에 가본 적이 있습니다. 만약 그 일이 없었다면 이 소설을 쓰지도 못했거나 이런 소설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콧방귀를 뀌고 말았을 겁니다. 거의 십년도 더 된 일인데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나는 그 일 때문에 참회하는 마음으로 이 소설을 썼습니다. 그리고 독자들이 낙태를 통해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인간이 만든 사회가 어떠한지 주위를 한번 둘러보기를 바랍니다."

현재 부모와 20개월, 7개월된 자녀, 아내와 함께 거제도에서 집필에만 열중하고 있는 이진우씨는 말도 못하는 그 아이들을 보고 있자면 여간 걱정이 아니라며, 그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아이들이 살만한 세상을 만드는데 힘을 보태기 위해' 소설을 쓴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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