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전 총리 "참으로 멀고 험한 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는 지난 9일 불법 정치자금 5만 달러 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 전 총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뇌물을 주었다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 대해서는 ‘5만 달러 공여’를 제외한 횡령 등에 대해서는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한 전 총리에 무죄를 선고한 김형두 재판장은 “곽 전 사장의 뇌물 공여에 대한 진술이 일관성이 없고,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결이유를 설명했다. 재판장은 또 “수사기록 등 재판정황에 비추어봤을 때 곽 전 사장이 피의자 처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검찰에 협조적인 수사를 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도 말했다.
한 전 총리는 “참으로 멀고 험한 길이었다”며 “다시는 나처럼 억울하게 정치공작을 당하는 일이 없는 세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의 재조사 착수에 대해 그는 “한명숙 죽이기가 다시 시작됐다”며 “너무나 사악하고 치졸한 권력이고, 이 나라가 어디로 갈지 걱정”이라며 “있는 힘을 다해 끝까지 싸워 승리하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명박 정권이 6.2 지방선거를 겨냥해 표적수사 한 것이 실패했다”고 공세를 폈다. 검찰 수사에 대해서 정 대표는 “정치검찰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며 “국민과 함께 정치검찰 개혁에 매진해 사법정의가 살아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한나라당 조해진 대변인은 “판결 결과와 달리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한 전 총리의 부도덕한 실체가 그대로 드러났다”며 흠집내기에 나섰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국민참여당은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와 왜곡에도 불구하고 국민을 끝까지 믿고 ‘진실은 늘 승리한다’는 사실을 보여줬을 뿐 아니라 마지막까지 소신있고 청렴한 여성정치인의 귀감이 되어준 한 전 총리에게 격려를 보낸다”고 지지했다.
한편, 한 전 총리 무죄 판결 이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한 전 총리가 오세훈 서울시장을 앞질렀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한 전 총리는 재판 다음날인 10일 이희호 여사,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고 故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방문 등 행보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