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학습 탈피, 투명한 운영, 강사연수 필요
특히 초등학교 프로그램들은 미술, 요리, 로봇 만들기, 바이올린, 오카리나, 단소, 수학 심지어 마술, 몸짓댄스, 영어바둑까지 다양하게 배울 수 있어 학교에 첫발을 내딛는 아이와 엄마들에게 인기다. 다양한 특기적성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데다, 영어를 제외하곤 과목당 한 달에 2만~3만원 정도로 교육비도 비교적 저렴한 편이어서 2006년 개설된 이후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반면 방과 후 학교에 대해 위탁운영 관리의 문제, 선행·심화 학습, 지역 편차 등의 문제도 지적돼 수요자 중심의 내실 있는 교육 시스템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일정 부분의 개선도 요구된다.
일단 어떤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을 택할지는 학부모, 교장과 교사, 지역인사 등으로 이루어진 각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에서 학생들의 수, 요구와 지역적 특성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학교는 비영리기관에 방과 후 학교 사업 자체를 위탁해 운용할 수 있으며, 컴퓨터 등 일부 전문적 프로그램의 경우 비영리기관이 아니더라도 위탁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방식에 대해 교육 당국의 관리감독 체계가 너무 허술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방과 후 학교 운영에 대해 정확하고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나 지침 등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
이 와중에 학교장이 우선적으로 프로그램과 강사를 선정하거나 비영리기관에 위탁하는 과정에서 공정하지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런 식으로 결정된 사항에 대해 학운위가 제대로 심의하지 않고 단순 통과절차만 거치는 경우, 아이들과 학부모는 높은 교재비 등 간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학교마다 프로그램의 내용과 수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부모들의 만족도 편차가 큰 것도 문제다.
경기도의 한 신도시에 거주하는 주부 김순미(39)씨는 “학교에 개설된 과목이 많지 않아 들을 만한 것이 없다”고 잘라 말하며 “심지어 어떤 과목의 교사는 마치 장사하듯이 학생 수 모으기에만 열을 올리는가 하면, 외부 학원에 비해 수준이나 교육시간도 격차가 많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여기에 영어나 수학 등 교과목 심화학습이나 영재교육, 중학교과 선행학습 등을 내세운 프로그램 등으로 치우쳐 운영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국제중학교나 특목고 입시를 위한 고가의 학원 프로그램을 학교가 오히려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라는 것.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장은숙 회장은 “대학입시 위주의 교육풍토가 초등학교 방과 후 학교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단적으로 말한다.
이에 대해 서울시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방과 후 학교가 처음 실시됐을 때에는 교과목이 금지됐으나 학부모와 학교 일선의 요구 및 사교육비 절감 측면에서 교과목도 개방하게 된 것”이라며 “각 단위학교에 교과목 선행학습 위주가 아니라 정규교육 보완을 위한 수업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한 “교과목과 아울러 특기적성 등 프로그램을 다양화해서 학생들에게 더 많은 선택의 기회를 줄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도 교육청 관계자 역시 “특기적성, 기초교과 보완, 맞벌이 부부 등을 위한 보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측면에서 방과 후 학교를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특히 학교나 지역 특성 등에 대해 외부 강사 채용 시 미리 연수를 시키도록 각급 학교에 권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