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피해 여대생 자살 논란
성추행 피해 여대생 자살 논란
  • 박정원 / 여성신문 편집위원
  • 승인 2010.04.09 10:03
  • 수정 2010-04-09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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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맞바꾼 성적 수치심, 그 고통을 아는가
“술이 사람 마시는 대학 MT 없어져야”vs“순결이 목숨보다 중요한가”
대학교 학부 수련회(MT)에서 친구들과 일명 ‘좀비게임’을 하다 성추행을 당했다며 고통을 호소하던 여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MT 등 요사이 본질에서 벗어나 문제가 되고 있는 대학생 문화에 대해 비판이 일고,  더불어 ‘성적 수치심이 과연 죽음과 맞바꿀 만큼 큰 것인가’ 하는 데 대해서도 논쟁이 오가고 있다.

인터넷상에는 “대학 MT 없애야 한다!”는 글이 대세를 이룬 가운데, 누리꾼들은 “술이 사람을 마시는 MT”라며 특히 “술 없는 MT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발할 때 짐의 70%가 소주”, 또 “오죽하면 MT가 ‘마시고 토하고’라고 하겠어”라며 “먹기 싫은 술 먹이고. 아직도 고쳐지지 않는 대학가의 못된 버릇들, 기가-막힌다!”라고 했다. 게다가 “신입생들은 무조건 선배의 말에 따라야 하는 대학 문화도 문제”라며 “직위를 악용하는 직장 내 성희롱과 다를 바가 뭔가?”라고 물었다.

문제가 된 일명 ‘좀비게임’에 대해서는 “게임하다 그럴 수 있지. 좀 더듬었다고 그게 추행이냐”라는 등 ‘별 것도 아닌 걸 가지고’와 같은 글이 다수 올라왔으나, 많은 누리꾼들은 “불을 끄고 눈을 가리고 사람을 더듬어 촉감으로 누구를 찾는 게임은 당연히 남자든 여자든 아무데나 마구 더듬게 된다”며 “(성추행을 한 사람은) 책임으로부터 도망갈 길이 있겠지만, 불쌍한 여학생은 치욕으로부터 도망갈 길도 찾지 못하고 결국 머나먼 길을 떠났네요”라고 안타까워했다.

여성의 성 의식에 대해서, “순결이 목숨보다 중요한가”라며 “성추행이 별건가. 그걸로 생을 마감하게. 그렇게 따지자면 세상 살 인간 하나도 없다”라는 글이 있는가 하면 “성추행 당했다고 자살한 게 정말이라면, 가정교육 하나 정말 똑 부러지게 시킨 모양”이라는 비아냥도 섞였다. “여자들 자신이 자기관리 해야지 남 탓하지 마라”는 의견도 여럿 있었다.

이에 대해 “자살까지 할 정도의 저 여대생의 고통을 알겠나?”라며 “나에게는 조약돌이지만 남에게는 바윗덩어리일 수가 있다”는 의견과 함께 “뭐 좀 만지면 어때 하고 했을 수도 있지만, 크나큰 수치심으로 느끼는 여자도 있을 수 있다” “당한 사람이 수치심이 일었다면 성추행이 맞다” 등 매번 반복되는 반박 글들이 줄을 이어 올라왔다. 

한편, 동료 학생들과 대학 측이 경찰 조사에서 ‘딸이 성추행 당한 고통으로 자살했다’는 유가족들의 주장을 일축했다는 보도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학생처장은 “숨진 학생은 평소에도 다른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이었다”고 했고, 당시 같은 방에 있던 한 학생도 “(해당 여학생이) 게임 도중 비명을 지르거나 반항하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는 것.

피해자가 고통을 느낀 즉시 병원 응급실로 갔고, 먼 거리에 있는 가족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것으로 보아, ‘평소 친구들과 얼마나 잘 어울렸는가’나 ‘성추행을 당하는 순간 어느 정도의 거부감을 표현했는가’가 이 사건의 본질은 아닐 것이다. 누리꾼들은 댓글 논쟁을 통해 ‘술로 인해 이성적 판단을 마비시키는 일부 대학 문화에 대한 문제의식’과 ‘여성의 성적 수치심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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