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의 대형 초계함인 천안함 침몰 사고는 국민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침몰 사고 원인을 둘러싸고 기뢰 또는 어뢰에 의한 외부 폭발, 내부 폭발, 선박 노후화에 따른 ‘피로파괴(Fatigue Fracture)’의 가능성 등 다양한 요인들이 제기되고 있다. ‘피로파괴’란 금속에 발생한 미세한 균열이 장시간에 걸쳐 충격과 압력에 의해 선체 용접 부분이 갑작스럽게 파괴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침몰한 천안함을 예인해서 정밀하게 검사하지 않고는 근본 원인을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부와 군의 초기 대응이 미흡하고, 국민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고 하더라도 너무 쉽게 예단해서는 안 된다. 또한, 성급하게 책임론을 제기해서도 안 된다. 추후 사고의 원인과 진상 규명이 이뤄지면 그에 따른 적절한 대응과 책임이 뒤따르면 되기 때문이다.

정부도 사안의 예민성을 감한해서 국민과 실종자 가족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다음의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첫째, 사고 원인에 대한 은폐·축소 의혹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관련 정보를 공개한다는 대원칙을 지켜야 한다. 물론 군사 기밀상 보안이 요구되는 사항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공개 의지만 있으면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에 대한 정보를 낱낱이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사고의 원인을 파헤칠 중요한 단서로 부상한 ‘천안함의 교신 기록’도 적극적인 자세로 공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교신 기록은 군사 기밀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공개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이런 발언들이 국민들로 하여금 은폐 의혹을 갖게 하는 것이다. 꼬리를 물고 있는 각종 의혹을 풀기 위해서라도 교신록 공개는 불가피하다. 둘째, 사고의 원인을 특정 방향으로 몰고 가 우리 사회의 이념갈등을 증폭시켜서는 안 된다. 일부 보수 신문에서 “침몰 전후 북한 잠수정이 움직였다”고 보도하면서 이번 사고와 북한의 연계 가능성을 흘렸다. 정부가 침몰 초기 북한의 연루 가능성을 배제했던 것과는 큰 차이를 느낀다. 북한이 시인하지 않는 이상 북한의 연계성을 입증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따라서, 어느 정치 이념 세력도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진실이라고 믿으며 국민을 선동하고 반대 세력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면 스스로 무덤을 파는 자살행위라는 점을 깊이 명심해야 한다. 셋째, 이제 시작되는 국회 대정부질문, 국방위 등 관련 상임위에서 정부는 성실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 진상규명 및 책임 소재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된다면 주저하지 말고 국회에 협조해야 한다.

더불어, 여야 국회의원들도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파적 접근이 아니라 국가 위기에서는 모든 것을 접고 초당적으로 대처한다는 좋은 전통을 만드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이에 따라 우리 사회가 비극적인 천안함 침몰 사고를 어떻게 대처해 나가느냐에 따라 성숙과 통합의 길로 갈지, 아니면 혼돈과 분열의 길로 갈지 결정될 것이다. 국가적 위기를 맞을 때마다 우리 국민들이 보여주었던 저력이 다시 한 번 유감없이 발휘되기를 기대해 본다. 정부의 정직함과 철저함이 이러한 기대가 충족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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