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를 어기면 즉각적이고 단호한 조치를

짐은 뉴욕 거리에서 햄버거와 소시지를 파는 청년인데, 그 노점은 아침 출근길 직장인들에게 무척 인기가 있었다. 짐의 고객들은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곤 했는데, 문제는 줄이 길어서 늘 기다리다 포기하고 그냥 가버리는 손님들이 있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그 시간을 줄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짐은 마침내 해결책을 발견한다.

찬찬히 살펴본 결과 자신이 소시지와 햄버거를 건네주는 것은 빠르지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잔돈을 거슬러 주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그는 바구니에 잔돈을 넉넉히 준비해두고, 고객들이 잔돈을 알아서 가져가도록 했다. 줄은 빠르게 줄어들었고, 고객들은 그런 방식을 기분 좋게 받아들였다. 결과적으로 고객이 더 늘고, 돈을 더 벌었다. 신뢰가 속도를 빠르게 해주고, 비용을 줄게 한 것이다. 이를 ‘신뢰의 배당금’이라고 한다.(스티븐 M R. 코비)

우리 주변에 상대를 믿으면 줄일 수 있는 시간과 돈은 얼마나 될까? 신뢰가 있으면 내지 않아도 되는데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출하는 그 비용을 ‘신뢰의 세금’이라고 한다. 조직의 불필요하게 많은 결재 단계도 신뢰의 세금이라고 볼 수 있다.

몇 년 전에 글로벌 기업의 한국 부사장님이었던 분에게 들은 얘기다. “이 회사에서는 직원들이 모두 정직하다는 것을 전제하고 모든 일을 처리합니다. 예를 들어 영업부의 젊은 직원도 업무상 회사 돈을 신청하면, 재무팀에서 그 신청서만 보고 바로 돈을 내어 줍니다. 줄줄이 몇 단계 상사의 결재를 받기 위해 기안하고 설명하고 결재 나기를 기다리는 데 쓸 시간이 확 단축이 되죠. 업무가 그렇게 빠를 수가 없어요.”

듣던 사람이 이런 질문을 했다.

“믿는 것도 좋지만, 그런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그럼 어떻게 합니까?”

답은 아주 간단했다. “문제가 생겼을 때는 아주 단호하게 대처합니다. 바로 해고조처를 취하죠. 예를 들어 작은 경비라도 회사를 속이고 개인 이득을 취했다면 발각되는 즉시 회사에서 퇴출시키기 때문에, 웬만큼 어리석은 직원이 아니면 그런 모험을 하지 않을 겁니다.”

마치 바이러스를 놔두면 점점 퍼지면서 감염시키는 것처럼, 부정직한 직원을 이런 저런 이유로 용인하면 다른 직원들에게도 파급이 크기 때문에 즉시 행동을 취한다는 것이다.

신뢰가 있으면 속도는 빨라지고 비용은 내려간다. 그것이 ‘신뢰의 속도’가 말하는 바다. 반면 신뢰가 없으면 확인하고 감시하느라 의사 결정과 실행의 속도가 얼마나 느려지겠는가?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관행들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번은 이 주제로 강의를 하는 자리에서, 내가 청중에게 질문을 던졌다. “실천적인 의미에서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에서, 또 우리가 속한 조직에서 신뢰 수준을 높이려면 어디에서 시작해야 하는가?”라고. 많은 분들이 이 질문에, “내가 먼저 상대를 신뢰해야 하고, 신뢰받을 행동을 해야 한다”는 현명한 답을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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