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 여성 의원들 공천 ‘벽’에 낙담
“여성 인재 없다는 말은 엄살”

여성 후보 의무공천을 첫 적용하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은 ‘여성 후보가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이 기초단체장에 여성 후보를 최소 1명에서 3명 이상 공천하기로 하면서 ‘여성 후보가 없다’는 주장이 정설처럼 정치권에 확산되고 있다. 반면 설문 조사에서 70% 이상이 재선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던 초선 여성 지방의원 중 상당수는 예상 외로 높은 공천 벽 앞에 출마를 포기하거나 무소속 출마를 고려중이다. 이에 대해 현직 여성 의원과 각 당 중앙당 여성 당직자들은 ‘지역 당협위원장의 입맛에 맞는 여성 후보가 없을 뿐’이라는 냉소적 반응이다.

실제로 본지와 인터뷰 당시 “그동안 별 과오 없이 의정활동에 충실했기 때문에 공천 걱정은 없다”고 말했던 경기도의회 한나라당 소속 A의원은 나흘 후 통화에서 “심경의 변화가 생겼다”며 “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란 짧은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같은 당 소속인 B경기도의원은 “A의원 지역 위원장이 공천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미 한나라당 소속 C구의원은 당협위원장이 타 지역 여성 후보를 공천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무소속 출마를 결심하는 등 공천에서 배제돼 무소속이나 당을 바꿔 출마하는 여성 의원들이 속출하고 있다. 

민주당도 예외는 아니다. 현직 구의원인 D의원(민주당)은 “의정활동을 열심히 한 여성 의원의 경우 위원장이 지역 기반이 없는 여성을 공천하거나 부인을 비례대표 후보로 추천한다는 소문도 있다”며 “어떻게 해야 위원장에게 좋은 후보감으로 보이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한나라당 서미경 여성국장은 “남성 후보를 기준으로 하면 여성 후보가 못마땅할 수도 있지만 여성이 공직에 역부족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말로, 민주당 송옥주 여성국장은 “정치아카데미 수강생 등 여성후보 인력풀은 있지만 조직과 돈 중심의 경선 분위기가 여성의 출마를 어렵게 만든다”는 말로 속내를 토로했다.

한 정당에서 여성국장을 지낸 F씨는 “위원장의 공천 기준은 자신의 후속 선거(총선)를 위해 표밭 관리를 잘 해줄 사람을 찾는데 맞춰져 있고, 그런 면에서 여성은 ‘충성도’가 남성보다 약하다는 선입견이 상당히 있다”며 “여성에게 특히 높은 잣대를 들이대는 남성 위원장일수록 그의 입맛에 맞추기는 힘들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런 상황은 여성할당제가 투명하지 못한 공천 과정을 거치면서 왜곡, 변질돼 남성 정치인의 특정 여성 ‘간택’을 합리화하는 도구로 전락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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