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가 지배하는 세계
뱀파이어가 지배하는 세계
  • 홍샛별 / 여성신문 인턴기자
  • 승인 2010.03.26 10:15
  • 수정 2010-03-26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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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뱀파이어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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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브레이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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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선셋’과 ‘비포 선라이즈’로 여심을 흔들었던 에단 호크가 2010년 뱀파이어가 되어 돌아왔다. 바로 뱀파이어 영화 ‘데이브레이커스’(사진)에서다.

사실 뱀파이어 영화는 판타지로서의 효력을 다해가고 있다. 그렇기에 많은 뱀파이어 영화들은 낯익음과 친숙함의 정서로 또 다른 판타지를 창조하곤 한다. 요즘의 뱀파이어는 만인의 연인(‘트와일라잇’ 시리즈), 신부(‘박쥐’), 사냥꾼(‘반헬싱’), 소녀(‘렛미인’)처럼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익숙한 캐릭터’라는 가면을 뒤집어쓴 채 환상을 재생산해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익숙한 캐릭터에 ‘뱀파이어’를 입히기보다는 현재 인간사회 전부를 뱀파이어화해 버린다.

서기 2019년, 인류를 지배하는 뱀파이어는 현재 우리 생활과 다를 바 없다. 뉴스와 신문을 보고, 커피를 테이크아웃 하며 자동차를 탄다. 그러나 뱀파이어가 마시는 커피에는 검붉은 혈액이 섞여 있고, 뱀파이어의 자동차에는 햇빛에 타지 않도록 주간 주행 모드 장치가 구비되어 있다. 이 영화의 특별함은 바로 이 교착지점에서 발생한다. 구태여 뱀파이어를 인간보다 더 인간처럼 설정한 후, 인간같이 묘사된 뱀파이어에게 다시 뱀파이어성을 부여함으로써, 낯익은 정서를 낯설게 바라보는 것이다. 뱀파이어와 인간의 경계를 교묘하게 왕래하는 것은 감독인 스피어리그 형제의 기발한 착상이다.

그러나 몇 가지 결격사유도 눈에 띈다. 혈액(자본)을 독점하려는 기업의 음모를 표면적으로만 그려냈고, 그 음모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에단 호크)의 내적 고민을 너무 단순화시켰다. 어차피 자본주의 시스템과 계급사회의 부조리를 제대로 비판할 수 없었다면, 장르 영화적 특징을 살려 이 영화만의 독특하고 특별한 장면들을 부각시켜 재미와 긴장감을 높이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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