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그 자체’를 사랑한다는 것
‘존재 그 자체’를 사랑한다는 것
  • 김세라 / 강나영(3)·서영(1) 두 딸의 엄마 / 경기 광주
  • 승인 2010.03.26 10:14
  • 수정 2010-03-26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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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여름 경주 여행길에서 큰딸 나영이와 세라씨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cialis manufacturer coupon site cialis online coup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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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버지는 어린아이 같은 분이다. 희로애락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야 직성이 풀리는 아버지는 좋게 말하자면 ‘어린아이’같지만, 달리 말하면 세상이 당신 중심으로만 돌아가는 ‘철이 덜 든’ 어른이시다.

여러 사정 때문에 친정에서 신접살림을 차렸다. 하필 결혼한 그 해에 해결하기 어려운 안 좋은 일들이 친정에 겹치게 됐다. 아버지는 괴로운 현실을 벗어나려는 듯 더욱 술을 드셨다. 그 와중에 너무나 소중한 딸아이가 태어났다. 딸을 화목한 가정에서 밝고 씩씩하게 키우고 싶었다. 그것은 부모로서 너무나 당연한 바람이었다. 하지만 내 의지와 상관없는 답답한 상황들이 계속되면서 산후우울증까지 더해졌다. 사태가 이렇게 악화되는데, 마냥 술주정만 하고 계신 아버지를 보면서, 벽에 부딪친 것 같은 절망감을 느꼈다. 당신으로 인해 상처 받는 가족의 마음을 아버지가 알아주셨으면 싶었다.

결국 나는 아버지에게 편지를 쓰기로 했다. 한 장으로는 하루아침에 달라질 아버지가 아니었다. 그래서 산후조리와 육아에 전념해야 했던 그 백일 동안 매일 아버지에게 편지를 드렸다. 아버지가 제발 나의 글을 읽고 변하셨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하지만 아버지의 술주정과 ‘화’는 여전했다.

그렇게 백일이 지나고 문득 아버지에 대한 나의 미움이 결국 나의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버지로 인해 내가 바라는 화목한 가정의 상이 깨질까봐 두려워 아버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거나 사랑하지 못했다. 아버지에 대한 미움 대신 연민이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그동안 아버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드리지 못해 죄송하다는 마지막 편지를 전했다. 며칠 후 거짓말처럼 아버지가 나에게 답장을 보내셨다. 아주 짧은 글이었지만 그 글에는 당신으로 인해 힘들었던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 담겨 있었다.

아버지가 변하기를 바라면서 악착같이 썼던 백일간의 편지. 그 독기어린 글을 읽고 전혀 달라지지 않던 아버지는, 용서를 구하는 나의 마지막 편지 한 장에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버지는 그 마지막 편지 속에서 딸의 진심을 읽으셨나 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이해하려 했던 나의 노력이 그 어떤 비판과 설득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했던 것이다.

어느새 두 딸의 엄마가 된 나는 부모 되기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것을 배웠다. 이 소중한 가치는 아버지와의 관계 회복 노력 속에서 알게 되었다.

사실 지금도 아버지에게 쌓였던 감정이 완전히 다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리고 여전히 아버지는 매일같이 술을 드신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제 예전에 우리에게 결코 보여준 적 없는 다양한 표정을 선물해 주신다. 항상 얼굴에 화를 품고 살았던 아버지. 이제 아버지는 자주 ‘바보’처럼 웃으신다. 그리고 그 모습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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