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대로 대접하는 그날 향해 뜁니다”
60대에 뒤늦게 상업갤러리 시도…후배 지원도
처음에 그가 ‘든든한 후원금도 없이’ 상업 갤러리를 내겠다고 했을 때, 박영숙 작가를 아는 많은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모든 사람이 “박영숙 작가라면 후줄근하고 보헤미안적인 분위기의 갤러리를 낼 것”이라고 생각할 때에 그는 예상을 깨고 지극히 모던한 지금의 트렁크갤러리를 개관했다. 여성운동과 사진이라는 쉽지 않은 번지수에서 사진을 ‘예술과 기술의 교집합’이라고 애매하게 넘어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사진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 그로 인한 오해와 가치폄하, 여기에 대한 정면승부가 지금의 트렁크갤러리다. 미술시장에서 상업적으로 치열하게 경쟁하며 사진시장과 담론을 만들어보고자 한 것이다. 여기에는 사진작가들이 좀처럼 생계유지를 하지 못해 좋은 감각들이 버려지는 현실 자체가 60대 뒤늦은 나이에 박 관장이 돌연 상업갤러리를 ‘저지를 수’ 있었던 중요한 동기가 되었다.
“사진은 모든 사람이 찍지만 사진을 기록의 도구라고만 생각하거나 풍경으로만 생각해요. 사진의 대중화로 오히려 사진에 대한 가치폄하가 더 심해진 거죠.”
박 관장은 ‘사진이 쉬워진 시대’에 ‘제대로 된 사진’을 부르짖는다.
“제대로 된 사진은 아이디어를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미지를 제대로 다루는 일이 중요하죠. 제대로 된 사진작가는 자기 콘셉트가 분명하고 미학적 토대도 있어야 돼요. 무엇보다 포토그래퍼로서 자기인식도 명확해야 하고요. 트렁크갤러리를 통해 사진매체가 갖는 논리와 힘을 널리 알게 할 겁니다.”
트렁크갤러리는 현재 한국 출신으로 컨템퍼러리 작업을 하며 사진매체를 쓰는 작가만을 프로모션하고 있다. 거기에 박 관장이 이미지를 수준 높게 다루는 작가들을 프로모션해 온 결과 트렁크갤러리는 개관 4년 만에 명실상부한 사진 전문 갤러리로서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지금까지 트렁크갤러리가 프로모션 한 작가는 지금은 이미 유명해져버린 배준성, 데비한, 김준, 오형근, 구성연 등이다. 박영숙 관장이 사진계의 ‘대모’로 불리는 것도 과장은 아니다.
박영숙 관장을 처음 본 사람은 두 번 놀란다고 한다. 첫째는 컨템퍼러리 사진전문 갤러리의 디렉터라는 사람의 출생연도가 1941년이라는 데 놀라고, 정작 만나서는 너무 젊어 보이고 에너지가 넘쳐 다시 한 번 놀란다는 것이다.
박영숙 관장은. 60년대부터 해온 ‘사진매체를 제대로 대접하는 사회 만들기’ 작업에 70세가 된 지금도 매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