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 더욱 절실한 물
여성에게 더욱 절실한 물
  • 박은경 / 한국물포럼 총재, 세계물위원회 집행이사
  • 승인 2010.03.26 09:58
  • 수정 2010-03-2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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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과 집 바깥 사회의 남녀 역할 분담이 많이 완화되었다는 21세기 요사이도 대부분의 사회에서 부엌에서 조리하고,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또한 아이를 목욕시키는 일은 여성이 전담하다시피하고 있다.

이러한 일들은 일상생활에서의 물 관련 작업이다. 사회마다 여성들이 물을 손에 닿게 되는 경로가 다르다. 대한민국 여성들은 부엌과 목욕탕에서 수도꼭지만 틀면 나오는 물체인 양, 물의 존재를 감지하지 못한 채 매일 수도꼭지를 열고, 닫으며 편안하게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물을 자신의 생활에 확보하는 일이 세계 여성들의 노동 시간의 60%를 차지할 정도로(유네스코, 2004) 물은 귀한 존재다. 아프리카 농촌에서는 성인 여성과 소녀들이 물을 긷느라 매일 3시간 이상을 걸어야 하고, 물 긷는 일에 자신들의 에너지의 3분의 1을 쓰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WEHAB Working Group, 2002).

여성은 생물학적인 측면에서 남성보다 물을 더 필요로 한다. 특히 위생 면에서 더욱 그렇다. 한 달에 한 번 생리를 하여 청결이 요구되는 생물학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되새겨 볼 때,  여성들의 위생시설 확보는 바로 출산과 모성을 보호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그러나 세계 인구의 40%가 화장실이 없는 환경에 처해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아프리카 여학교에는 화장실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대개 교실 밖의 숲에서 소변을 보게 되는데, 이 상황에서 성폭행을 당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물은 교육과 성평등에 연계되어 있다. 만약 학교에 위생시설이 갖추어져 있다면, 취학률, 특히 소녀들의 취학률이 높아질 것이다”라는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의 말은 아프리카의 화장실 없는 학교들의 형편을 잘 반영한다.

북유럽 국가와 여성단체들은 아프리카의 여학교들에 화장실을 지어주는 일에 나서고 있다. 필자의 고등학교 동창회에서도 아프리카 여학교에 화장실을 짓는 일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서 다행이다. 한국이 이제 수혜국에서 다른 나라를 돕는 국가로 전환된 사실을 기억할 때 민간 차원에서도 이러한 전 지구적 현상에 관심을 기울일 때다.

물을 찾아내고, 그 물을 사용하는 일을 전담해 오면서 세계 여성들은 수자원을 개발하고 보호하는 데 필수적인 물의 질과 신뢰도 등 물 자원에 대한 상당한 지식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물 사용자 협회’ 같은 지역사회의 물 관련 정책을 만드는 조직에 여성들의 활약은 극히 제한되어 있다. 국제음식정책연구소(IFPRI)가 조사한 271개의 세계은행 프로젝트를 점검한 결과 여성에게 자문을 받으면 지속가능성이 16% 증가된다는 보고는 인상적이다. 설사 여성이 수자원 운영과 점검 과정의 정책결정에 참여한다 해도 대개 낮은 지위에나 기용되는 정도이고, 국가나 전 지구적 차원의 수자원 관련 여성 지도력은 지극히 드물다는 것이 2009년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제5차 세계물포럼(WWF)의 ‘물과 여성’ 회의에서 강조됐다. 이러한 현실은 필자가 작년 10월 세계물위원회(WWC) 총회에서 여성 최초로 집행이사 (Bureau Member) 6명 중 1명으로 당선되었을 당시, 눈물을 글썽이며 축하해주던 세계 물 관련 여성 지도자들의  열정에서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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