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공사 중단 2년째 접어들어
슬럼화·빈집·노인 거주 두드러져

성폭력으로 희생된 이모양 집은 알려진 대로 재개발의 명암이 극명한 지역이었다. 볕이 따사로운 양지바른 마을이지만 주민들은 정작 사건이 난 후에야 얼마나 많은 ‘빈 집’과 함께 살아왔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이 범죄에 노출돼 있었는지를 비로소 실감했다고 한다. 더구나 동네 주민 태반이 힘없는 노인들이었다.

이양이 아무리 목이 터져라 도움을 외쳤더라도 이를 이웃 주민들이 감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현장에 가서야 새삼 체감했다. 일종의 ‘단절’이었다.

16일 찾은 부산 사상구 덕포동 사건 현장. 마침 현장검증이 있는 날이라 덕포동 일대는 경찰들과 주민들, 그리고 주민들보다 훨씬 많은 타 지역 사람들로 골목이 가득 찼다. 모자가 달린 검은색 점퍼와 검은색 운동복 바지를 입은 피의자 김길태는 경찰들에 둘러싸여 사건 당시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었다.

오전 10시 시작된 현장검증은 이양의 집, 성폭행 및 살해현장으로 지목된 집, 이양의 시신을 옮겼던 빈집, 시신을 유기한 물탱크, 범죄의 근거지가 됐던 옥탑방을 거쳐 검거 장소인 삼락동 모 빌라 앞에서 낮 12시 30분쯤 끝이 났다. 현장검증을 지켜보며 “저 모자부터 벗겨라” “네가 정녕 인간이냐” 등 욕설과 야유를 퍼붓던 시민들도 하나둘 발길을 돌렸다.

이양의 집은 아파트 마당을 지나 연립주택 옆으로 난 좁은 골목길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나온다. 지금은 재개발로 많은 이들이 떠났지만 한때는 가족 간에, 이웃 간에 오순도순 정이 오갔음을 짐작하게 하는 동네다. 누가 어디에 사는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쉽게 짐작이 갈만큼 그리 넓지 않은 동네이기도 하다.

사건 현장마다 둘러쳐진 폴리스라인, 그리고 그 앞을 굳게 지키는 경찰관들 때문에 비로소 여기서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을 짐작할 정도다.

재개발이 멈춘 지 2년째. 동네 주민들은 이번 사건으로 얼마나 이웃을 모르고 살아왔는지를 절감했다고 입을 모은다.

살해사건이 난 바로 옆집에 산다는 이모(81) 할머니는 “내 나이 팔십이지만 시장 가기가 무섭다. 김길태와는 골목에서 가끔 마주쳤지만 이웃에 세 들어 사는 사람 정도로 생각했다.

이 동네에서 오랫동안 살아왔지만 요즘엔 누가 사는지도 모른다. 그 아이가 이 동네에 살았다는 것도 사건이 나고 나서야 알았다”고 안타까워했다. 대로변에 산다는 김모(54)씨는 “하루 벌어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옆집이나 앞집에 누가 사는지 관심이 없다. 빈집이 점점 많아져 우범지대로 전락하고 있지만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며 “이웃에 대한 관심의 부재가 이러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겠나”라고 반문했다.  

한층 슬럼화돼 인적조차 드문 조용한 동네. 사람 하나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좁은 골목길에서 중학교 입학을 앞둔 13살의 이양이 김길태의 눈에 띈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으리라. 그리고, 김길태 역시 꽤 오랫동안 어린 이양을 지켜봤으리라. 열악할 것이라는 애초의 예상을 깨고 의외로 깨끗한 동네, 골목 안을 유난히 환하게 밝히는 노란색과 파란색의 대문을 보며  희생된 이양의 비극이 새삼 애처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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