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 급식 이슈가 지방선거의 핵심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전면 무상 급식을 주장하는 민주당의 논리는 “저소득층 아이들이 무상 급식을 받는 과정에서 ‘가난’이 노출돼 마음에 상처를 받는다”는 것이다. 최재성 의원은 “월 5만원의 급식비 때문에 가난 증명을 하면서 모멸감을 느끼는 아이들이 없도록 국가에서 무상 급식을 포함한 진정한 의무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교육 재정 운용의 우선순위와 형평성을 외면한 채 선거에 표만 된다면 앞뒤 안 가리고 무조건 터뜨리는 ‘공짜 심리’에 호소하는 것은 전형적인 좌파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한다. 홍준표 의원은 “어렵게 사는 사람들에게 무상 급식을 하는 것이 복지이지 부자들에게 무상 급식을 하는 것은 복지가 아니다”라고 공격했다.

여야 간 격한 논쟁에도 불구하고, 무상 급식 이슈는 단순한 선거 쟁점을 넘어 우리나라가 향후 취해야 할 복지 정책의 방향성을 가늠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전면 무상 급식을 주장하는 세력은 복지가 일부 계층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면 누구나 다 누릴 보편 권리라는 ‘보편적 복지론’를 내세우고 있다. 또한 “국민이 반대하는 4대강 예산 등 불요불급한 예산만 삭감해도 재원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한나라당은 무상 급식은 점진적으로 확대하되 그 대상은 저소득층이 돼야 한다는 ‘선별적 복지론’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선심성으로 무상 급식에 예산을 과도하게 투입하면 결국 다른 분야가 피해를 보고, 미래 성장동력 개발에 필요한 예산이 부족하게 될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유권자가 어느 입장을 지지할지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는 정당과 후보가 공약을 갖고 유권자와 만나야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무상 급식 이슈의 부상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선거에 대한 관심을 제고시키고 후보자 간 차별성을 높인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무상 급식 이슈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여야 중앙당은 무상 급식 이슈와 관련해 미리 당론을 정해서는 안 된다. 여야 모두 당내에서 당의 입장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후보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한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서울시의 전시행정을 줄이는 등 예산의 효율적 배분을 통해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무상 급식 전면 실시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민주당 김성순 의원은 “전면 무상 급식의 취지는 좋지만 아이들에게 공짜 점심을 주는 것보다 더 시급한 것은 서민을 위한 교육, 보육 예산을 늘리고 교육의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경선도 치르기 전에 중앙당이 당론을 미리 정하면 당론에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후보는 경선에서 엄청난 불이익을 당한다. 결과적으로 당이 불공정한 경선을 주도하는 꼴이 된다. 더 나아가 지방자치의 본질마저 훼손하게 된다. 전면적이든 단계적이든 당선된 후보가 자신의 비전과 철학에 따라 재원을 권위적으로 배분할 수 있어야 진정한 자치 행정이 보장될 수 있다.

선거 연구의 대가인 미국의 키이 교수의 말대로 “유권자는 결코 어리석지 않다”. 민주주의 선거에서 이슈에 대한 최종 선택은 당이 아니라 유권자의 몫이 되어야 함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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