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류인생 절규를 언어와 몸짓으로 표출
막심 고리키 원작에 무용적 요소 가미

막심 고리키의 희곡 ‘밑바닥에서’가 신체극으로 재탄생해 연극계의 관심을 모았다.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송현옥 교수가 이끄는 극단 ‘물결’이 지난 9일부터 14일까지 서울 대학로예술극장에서 무용과 결합한 연극 ‘밑바닥에서’(사진)를 선보였다.

이 연극을 본 관객들은 “다소 낯선 장르의 공연이지만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절제된 대사언어와 함축적인 신체언어의 자연스러운 결합을 통해 ‘신체극’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찌들고 피곤한 밑바닥 삶이라는 어둡고 무거운 주제를 13명의 배우가 보여주는 역동적이고 밀도 있는 움직임은 관객들의 오감을 자극하고 쾌감을 선사했다.

‘밑바닥에서’는 공동주택에 모여 사는 밑바닥 인생의 이야기다. 이들은 양심 같은 건 돈 많고 여유로운 부자들이나 가지는 거라고 생각하며 희망 없이 하루하루를 그저 버텨낸다. 이 공동주택에 루카라는 순례자가 찾아오고, 그는 사람들 하나하나에게 희망을 심어준다. 처음에는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던 사람들도 어느새 하나둘씩 희망을 갖게 되고, 각자의 방식으로 루카가 전파하는 희망을 마주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연극과 무용의 만남’은 이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이다. 연출가 송현옥 교수는 “배우의 움직임을 확장시켜 대사와 사실적인 움직임으로 한정되기 쉬운 기존 연극 표현법에서 탈피해 새로운 제3의 표현법을 발견하고자 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하류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사와 신체언어를 융합한 새로운 공연예술언어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출구 없는 감옥에 갇혀 일생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처럼 삶이 더 나아질 가망이 없어 보이는 연극 속 상황은 어떤 방식으로든 나름의 ‘소외’를 겪을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을 대변하고 위로한다. 알코올중독, 빈곤을 극복하려는 사람, ‘밑바닥’에 만족하고 안주하는 사람, 절망하고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 등 이 연극은 모든 ‘하류인생’들에게 말한다. “누구든 제 나름대로 참고 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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