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총리의 선택
한명숙 전 총리의 선택
  •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 승인 2015.12.25 22:46
  • 수정 2015-12-25 2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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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선거 아닌 정책선거로 심판 받아야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첫 공판이 열렸다. 공판의 핵심 쟁점은 한 전 총리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인사 청탁과 함께 5만 달러를 받았는지 여부다.

한 전 총리는 모두 진술에서 “총리 공관에서의 5만 불 뇌물 수수라는 혐의는 너무나도 부당하고 악의적인 날조”라며 “살아온 모든 인생을 걸고 제가 평생을 지켜온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 검찰 수사는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해 볼 수 있다. 하나는 검찰의 ‘한명숙 표적수사’ 의혹이고, 또 다른 하나는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다. 한 전 총리는 모두 진술에서 “곽씨가 ‘한명숙 표적 수사’에 얼마나 위협을 당했으면 그런 터무니없는 거짓 진술을 했을까”라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이번 수사는 표적수사가 아니라 공기업 사장의 임명과 관련된 뇌물수수 사건이며, (검찰과) 곽 전 사장과의 빅딜설도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이 표적 수사의 의혹에서 벗어나려면 무엇보다 법원이 요구한 곽 전 사장의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 내사 기록을 조속히 제출해야 한다.

검찰은 “재판과 관련이 없고, 증언을 방해할 우려가 있으며, 언론 보도로 곽 전 사장의 명예가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하지만, 검찰은 “곽 전 사장이 빼돌린 회사 돈으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대한통운 주식을 거래했다”는 의혹을 조사한 뒤 무혐의 처분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검찰과 곽 전 사장의 ‘거래설’이 나돌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곽 전 사장의 일방적 진술 이외에 계좌 추적 자료 등을 통해 한 전 총리가 돈을 받았다는 직접적인 물적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세간에서 제기되고 있는 표적수사와 거래설을 잠재울 수는 없을 것이다.

한편, 첫 공판에서 한 전 총리를 둘러싼 인사들은 손에 ‘순결’을 상징하는 흰 백합 한 송이씩을 들고 있었다.

한 전 총리의 결백을 증명하는 화려한 정치 퍼포먼스를 벌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는 ‘커뮤니케이션 과잉’으로 비춰져 국민 여론은 오히려 한 전 총리에게 불리하게 작용될 수도 있다. 한 전 총리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정확한 콘텐츠를 통해 국민과 소통하는 것이다.

4월 9일로 예정된 한 전 총리의 1심 재판 결과는 6·2 지방선거에서 최대 변수가 될 것이다. 법원의 유무죄 판단에 따라 지방선거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와 민주당의 전체 선거 판도도 크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정치탄압으로 시작된 재판인 만큼 1심 결과와 무관하게 선거에 대응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번 지방선거 전체 구도로 정한 정권 심판의 상징성보다 뇌물사건 진실게임 양상으로 변하는 것을 염려하는 세력도 있다.

당장 이계안 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리고 있다’고 비판하는데 민주당도 똑같은 문제를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 전 총리가 현 상황에서 유념해야 할 일은 재판과 별도로 서울시민들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해 ‘한명숙 매니페스토’를 만드는 것이다. 정치 선거가 아니라 정책선거를 통해 서울시민의 심판을 받겠다는 비장함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래야만 대한민국 최초 여성 총리로서의 위상을 지키면서 국민에게 봉사할 수 있는 최상의 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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