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구호활동에서 돌아온 기아대책 하경화 긴급구호팀장
아이티 구호활동에서 돌아온 기아대책 하경화 긴급구호팀장
  • 김수희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0.03.12 10:32
  • 수정 2010-03-12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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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리는 아이들에 가슴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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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웅 /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2010년 1월 12일 카리브해의 아이티 공화국에 진도 7.0의 강진이 덮쳤다. 중남미의 최빈국 아이티에서 발생한 이 재난으로 27만여 명이 사망했다. 전 세계 구호의 손길이 아이티를 향할 때 국내 기아대책의 하경화(33·사진) 긴급구호 팀장도 아이티로 향했다. 한 달간의 구호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그를 만났다.

-아이티 지진이 일어난 지 이제 두 달 정도 지났다. 현지 상황은 어떤가.

“가옥이 거의 부서져 사람들이 아무것도 없는 맨바닥에서 잠을 잤는데 지금은 곳곳에 텐트가 많이 세워졌다. 재난 후 제일 먼저 의료지원과 함께 음식과 텐트, 방수포를 지급한다. 의료, 물품 배분 등 1차적인 구호활동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이후 생계를 위해 건축 3종 세트라고 불리는 집, 학교, 보건소를 짓는다. 국제기아대책에서는 ‘캐시 포 워크(cash for work)’라고 무너진 건물 잔해를 치우면 5달러 정도 임금을 지급하는 등 생계를 위한 일거리를 준다.”



-한국 NGO들은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게 되나.

“한국 NGO들은 현지 조사 마무리 단계다. 앞으로 아이티 재건 사업을 진행할 텐데 NGO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전기나 수도 등 사회기반시설 복구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가능하다. 한국의 외교통상부도 NGO들과 함께 민·관 합동으로 아이티 재건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한국 PKO (유엔평화유지군)가 주둔하는 네오간 지역을 중심으로 한국 NGO들의 재건 사업이 시작될 것이다.”



-긴급구호 현장은 어떤 모습인가.

“이전에도 여러 번 긴급구호 현장에 갔었는데, 이번처럼 신변의 위협을 느껴본 적이 없다. 치안이 해결되지 않으면 구호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제한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치안과 개발’(Security & Development)이 세계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될 것 같다.”



-아이티 현장에서는 어떤 활동을 했나.

“이번 팀에서는 연대 세브란스 의료팀과 방송팀 20여 명을 인솔했다. 기아대책에서는 나와 여성 자원봉사자 한 명이 결합했다. 현지 병원과의 중간자 역할을 하며 의료 베이스를 꾸리고 물품 배분을 위해서는 산토도밍고나 아이티 현지에서 물품을 구매해 나눠줬다. 배분 장소 섭외와 배분 과정의 안전을 위해 유엔에 치안 에스코트 신청을 하는 등 제반 업무를 담당했다.”



-유엔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유엔은 세계 각지에서 온 NGO의 현지 코디네이션을 맡고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 조정국(UN OCHA)에서 주최하는 ‘클러스터 미팅’(Cluster Meeting)에 NGO들이 모두 등록하고 식량, 영양, 거주, 교육, 아동보호 등으로 분과가 나뉜 그 회의에서 역할 분담과 정보를 공유한다.”



-재난 현장은 누구에게나 가혹하겠지만 특히 여성과 아이들에게 힘든 상황이겠다.

“배분하는 물품을 긴급구호 키트(kit)라고 하는데 쌀, 콩, 식용유, 옥수수 가루, 스파게티 면 등 4인 가족의 일주일 식량이 들어있다. 배분 지역을 정하면 그 지역의 지주와 함께 주민들에게 전날 표를 나눠주고, 표를 가져온 사람에게만 물품을 배분한다. 그때 여성에게 주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여성이 생계의 중심이며 약자에 대한 배려 때문이기도 하다. 치안 문제도 수월해진다. 식량을 나눠줄 때는 천막 안으로 한 사람씩 들어오게 하고 나갈 때도 한 사람만 통과할 정도로 문을 작게 만든다. 밖에서 배고픈 군중이 식량을 보고 난폭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한 배고픈 아이들이 살아갈 길이 막막하니 우리에게 한국으로 데려가 달라고 매달리기도 한다. 가슴 아픈 상황이다.”



-체류기간 동안 많이 불편했겠다. 생활은 어떻게 했나.

“한달 내내 햇반과 통조림만 먹었다. 햇반은 한국 최고의 발명품인 것 같다. 물이 귀해서 온갖 벌레가 떠있는 물로 겨우 씻고, 빨래는 엄두도 못 냈다. 속옷만 겨우 빨고, 겉옷은 그냥 쭉 입었다. 물과 전기가 없는 고생스러운 생활이 아이티 사람들에겐 일상이라는 것이 많이 마음 아팠다.”



-앞으로의 계획은.

“아이티는 60년 전에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된 한국을 원조해줬던 나라다. 책임감을 느낀다. 보은하는 마음으로 외교통상부가 주관하는 아이티의 재건사업이 잘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

하경화 팀장은 2001년 기아대책 홍보팀에 입사해 국제부 중남미아프리카팀 부팀장을 거쳐 2009년 10월부터 긴급구호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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