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 다양화·설상종목에 투자를
모굴스키에서 가능성… 판정시비 끝에
쇼트트랙 금메달 놓쳐 아쉬움
이에리사 대한체육회 선수위원회 위원장(용인대 교수, 전 태릉선수촌장)은 이에 대해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종목 다양화가 가장 시급하다. 게다가 눈에서 하는 종목의 메달이 상대적으로 많으므로, 설상 종목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밴쿠버가 발굴한 한국 최고의 신예 여성 스타는 이상화다. 이번 대회의 2차 시기에서 여자 500m 세계기록 보유자인 예니 볼프(독일)와 경쟁해야 했던 부담을 떨쳐낸 이상화는 아시아 최초로 빙속에서 금메달을 따낸 여성으로 기록되며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에 이정표를 세웠다. 체육계 관계자들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기적 같은 금메달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동계올림픽의 꽃’은 단연 김연아다. 김연아는 한국에 사상 첫 올림픽 피겨 금메달을 안겨줌과 동시에, 세계 피겨 역사에서 유일무이한 최초의 그랜드슬램(세계선수권, 4대륙선수권, 그랑프리파이널, 올림픽 대회 석권)을 달성했다. 김연아의 메달 획득으로 한국은 밴쿠버 대회에서 유일하게 빙상 전 종목서 금메달을 획득한 나라가 되었다.
메달은 획득하지 못했지만 피겨 스케이팅 여성 싱글 부문에서 13위의 성과를 낸 곽민정(16·군포 수리고)도 벌써부터 ‘소치의 여왕’으로 예측되는 기대주다. ‘포스트 김연아’ 시대의 대표주자로 주목받고 있는 그는, 이번 대회에서 총점 155.53으로 자신의 최고점 154.71을 0.82점 끌어올렸다.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아쉬움을 샀던 부분은 빙상 경기 중 가장 많은 메달을 기대했던 쇼트트랙의 예상 외 부진. 결국 16년 만에 ‘노골드’로 대회를 마감했다.
한국의 여자쇼트트랙은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에서부터 남자 쇼트트랙과 함께 세계 최강팀의 반열에 우뚝 서 있었다. 특히 지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당시에는 쇼트에서 나온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를 모두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따냈다.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도 남자는 안현수, 여자는 진선유가 각각 3관왕을 달성하며 한국이 최초로 동계올림픽 종합 순위 7위에 오르는 데 크게 기여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국이 여자 쇼트트랙 전 종목 금메달을 휩쓴 가운데 한국은 금메달을 따내지 못하고 은메달 1개와 동메달 2개에 만족해야 했다. 특히 지난 2월 25일 진행된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의 경우 다 잡았던 금메달을 판정시비 끝에 놓치게 되어 더욱 아쉬움을 남겼다. 3000m 계주는 릴레함메르 올림픽부터 토리노 올림픽까지 4회 연속으로 단 한 번도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기에 더욱 애착이 갔던 종목이다.
설상 종목 선수들의 경우, 올림픽 출전 자체에 의미를 두는 수준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눈밭에서 고군분투한 여성 3인방은 모굴 스키의 서정화, 알파인 스키의 김선주, 크로스컨트리의 이채원이다.
서정화(20·서던캘리포니아대)는 한국인 최초로 동계올림픽의 여자 모굴 스키 부문에 도전했다. 성적은 예선 21위에 그쳤지만, 젊은 피로서의 가능성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선주(25·중앙대)는 북미와 유럽의 독무대인 알파인 스키 여자 대회에서 대회전 49위, 회전 46위를 기록했다. 국내에 활강대회전 등 속도 위주의 스키 경기를 치를 만한 변변한 슬로프조차 없는 열악한 환경을 이겨냈기 때문에 더욱 값진 성과다. 이채원(29)은 크로스컨트리 15㎞ 추발 경기에서 59위, 여자 10㎞ 프리스타일에서 54위를 기록했다. 국내 전국동계체전 통산 최다 금메달 기록(45개)을 가진 그녀에게도 세계의 벽은 높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