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의 고통 함께하며 즐거움, 긍정의 힘 가르쳐

부모님, 은사님, 늘 동고동락하는 코치.

동계올림픽 폐막 이후에도 ‘밴쿠버 퀸’이라 불리며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두 여성 금메달리스트 김연아, 이상화 선수의 멘토들은 크게 이렇게 손꼽힌다.

일곱 살이었던 딸아이를 세계 최고 피겨스케이팅 요정으로 만든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씨는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김연아의 멘토다.

부모만큼이나 김연아 선수 곁을 지킨 멘토들은 바로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세계적인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 코치다. 경기장에서 늘 선수만큼 가슴을 졸이고 기술을 하나둘씩 성공해낼 때마다 선수 자신보다 기뻐했던 오서 코치의 모습을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현역 시절 남자 싱글 무대를 휩쓸었던 오서 코치는 지난 2006~2007 시즌부터 김연아 선수와 인연을 맺고 코치의 세계에 발을 내디뎠다. 올림픽 무대를 앞두고 형언할 수 없는 중압감에 시달리면서도 안정적으로 연기를 펼쳐야 하는 중요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이기에, 오서 코치는 늘 경기에 앞서 김연아 선수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모습을 보여왔다.

2008년 김연아 선수가 점프를 자주 놓치며 슬럼프에 빠져있을 때 “나를 빼고는 어느 누구도 네가 겪고 있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말하며 용기를 불어넣어준 것은 유명한 일화로 남았을 정도다. ‘미스터 트리플 악셀’이라고 불리며 월드 챔피언 자리를 지키다 1988년 점프 실수로 금메달을 놓쳤던 오서 코치의 꿈은 이제 김연아 선수를 통해 빛나고 있다.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 코치는 이번 올림픽 때 김연아 선수가 경기에 임하는 동안 ‘코칭스태프’가 아니라는 이유로 ID카드 발급이 이뤄지지 않아 관중석에서 지켜봐야 했다. 오서 코치만큼이나 김연아 선수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온 윌슨 코치는 누구보다 김연아 선수의 안무를 완벽하게 만드는 데 기여한 일등공신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을 수확한 이상화 선수에게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즐기며 운동하라’는 부모님의 교육철학이다. 이상화 선수는 올림픽 출전 전에 자신의 미니홈피에 ‘힘들었던 만큼 이젠 즐겨! Great Special Olympic’이라고 적어놓을 정도로 결과에 집착하기보다 경기 자체에 최선을 다해 임해온 선수다.

때문에 집안 형편으로 인해 열살 때 스케이팅을 그만두었을 때도, 2006년 토리노 올림픽 때 메달 획득에 실패해 슬럼프에 빠졌을 때도 이상화 선수는 칠전팔기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무조건 메달을 획득해야 한다’는 강박이 아닌 ‘운동을 그만두지 않도록 항상 운동을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부모님의 교육법이 선수 스스로에게 가장 큰 힘이 된 것이다.

이상화 선수에게 ‘집념’을 가르쳐준 전풍성 코치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멘토다.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한국에 안긴 모태범 선수의 스승이기도 한 전풍성 코치의 철학 역시 “성적에 연연하기보다 스케이팅에 즐거움을 느끼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올림픽 기간 여러 인터뷰를 통해 “선수가 대성하려면 천천히 기다려주는 인내가 필요하다” “선수들이 즐거움을 느끼고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한편 고3 담임이었던 휘경고교 최혜경 교사도 이번 올림픽 때 알려진 이상화 선수의 숨은 멘토다. 최혜경 교사는 어느 때보다 이상화 선수가 흔들리고 방황할 때 곁을 지켜준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평소 ‘긍정의 힘’을 믿는 이상화 선수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자주 건네주며 이 선수에게 힘이 되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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