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학원에 꼭 보내야 하나?”

한국에서 이런 질문을 하면 아마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당할 것이다. 대한민국 학부모들의 교육 열기가 어느 나라보다 더 대단하고 강한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부모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이 아이가 뱃속에서 있을 때부터(태교) 시작해서 대학 졸업할 때까지 식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아이 셋을 둔 부모로서 미래를 생각하면 불안할 때가 많다. 나는 읍에서 30분 거리의 시골 마을에서 살고 있다. 시골이라서 가까운 곳에 학원도 없고 읍에 초등학생이 학원 다니려면 교통편도 나쁜 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아이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도시에 나가는 것을 오래 전부터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요즘 농촌에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다문화 가정 학부모의 고민도 늘어나고 있다.

둘째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식을 준비하던 중에 도시에 살고 있는 지인을 만났다. 그분은 1학년 때부터 학원에 아이를 보내야 한다면서 시골인데 어떻게 할지를 내게 물어봤다.

나는 올해 3학년인 큰아이도 학원에 다니지 않는다고 대답하고, 학원에 다니지 않지만 성적이 우수하다고 자랑을 하자 그 분은 크게 웃으면서 농촌에서 1등을 해도 도시에 가면 꼴등이라고 긴장 좀 하라고 당부했다. 나는 나만의 방법으로 아이들을 교육하고 있지만 주변에서 이런 소리를 들으면 자신이 없어지고 미래가 걱정될 수밖에 없다. 

도시와 농촌의 격차는 요즘 인터넷 때문에 많이 없어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많이 느껴진다. 그리고 도시에서 교육 받는 아이들이 모두 성적이 좋은 것도 아니다.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높은 만큼 높은 사교육비도 모든 부모들의 공통 고민일 것이다.

외국, 특히 키르기스스탄의 경우 소련 시절부터 학원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방과 후 학교와 비슷한 제도가 있었는데 학교 수업이 끝나고 2시간 보충 수업을 받았다. 대신 학생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다. 일반 과목뿐 아니라 음악(악기 교육이나), 체육(농구, 배구, 탁구) 등의 수업도 학생 본인이 선택해서 보충 수업을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학원이 많은 것에 놀랐었고 이유가 궁금했다. 학교 수업이 부족해서인지 아니면 학부모의 욕심 때문인지.

열심히 공부해서 나라를 발전시키는 인재가 많은 것은 좋은 일이지만 대한민국 아이들은 너무 불쌍하고 기계 같은 느낌이 들면서 안쓰럽다. 비싼 교육비를 들여서 많은 양의 수업과 긴 시간 동안 교육에 시달리게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정말 좋은 것인지 학부모들부터 생각을 바꿔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인 것 같아 씁쓸하다.

사교육비를 줄이고, 서로 경쟁하는 것보다 내 아이를 위해 꼭 필요하고 맞는 교육방법을 찾아서 훌륭한 인재로 키우는 것은 바로 학부모들의 몫이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나라에서도 사교육비에 대한 고민을 덜어주어야 하지만 욕심을 버리고 아이들에게 밝은 미래를 선물하는 학부모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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