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엔 미소, 가슴엔 열정, 양팔엔 나눔과 섬김을”
나이 듦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 때문인가. 김숙자(68·사진)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연배보다 훨씬 젊고 활기찬 모습이었다. 지난 1월 28일 서울YWCA 총회에서 ‘40년 봉사상’을 수상한 김숙자 교수를 만났다.
1960년 로마 올림픽 기계체조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됐던 김 교수는 맹렬한 훈련을 하던 중 4·19 혁명 이 일어나 로마행이 좌절된 후 체육 지도자로 진로를 선회했다.
“수도여중 시절에 기계체조를 했는데, 당시에는 여자아이에게 체조를 시키려 하지 않았어요. 올해 96세이신 아버지께서 ‘네가 좋으면 하라’고 지원해주셨습니다. 저의 유연성을 찾아주신 수도여중 선생님과 소질을 키워주시려 적극 지지해주신 부모님 덕분에 체육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1966년부터 1976년까지 10년 동안 이화여대 강사 시절을 거쳐 1977년 전임강사로 발령 받았다.
“주당 15시간에서 18시간을 강의했어요. 타 대학에서 조교수 자리를 준다고도 했지만 모교에서 한 우물을 파고 싶어서 모두 거절했습니다. 2008년 8월 정년퇴임할 때까지 30년 동안 안식년을 딱 한 번 가졌습니다. 보직을 16년간 연달아 맡기도 했습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부단장,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체조협회 부회장 등 누구보다 맹렬히 살아온 그는 현직에서 물러난 지금도 봉사와 섬김으로 여전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YWCA와의 인연은 깊다. 1964년 첫발을 디딘 YWCA에서 포크댄스, 매스게임, 체조 지도자 강습회 명강사, 가족캠프 지도자, 보건체육부 위원을 거쳐 현재 이사로 40년 넘게 봉사하고 있다. YWCA의 회원들과 직원들이 아침마다 업무 시작 전 하는 Y체조를 만든 사람도 김 교수다.
“머리에는 지혜, 얼굴에는 미소, 가슴에는 열정을 가지고 양팔로는 나누고 헌신하고, 다리는 행동해야 해요. 내 나이는 무언가를 쥐고 있을 나이가 아니에요. 가진 걸 나눠주고 베풀어야 할 때죠. 사업하는 제자가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을 요청할 때도 있어요. 자식 같은 제자가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위치에 있는 걸 보면 뿌듯합니다. 제자들이 부르면 기쁘게 충성하겠다고 말합니다.”
매일 헬스 센터에서 운동으로 활력을 충전하는 그는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며 공동체의식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매일 저녁 1시간에서 1시간 30분 동안 스킨 터치를 해줍니다. 내 몸의 관절 하나하나를 쓰다듬으면서 사랑한다고 말하죠. 그렇게 사랑하는 내가 공동체의 시작입니다. 원의 시작과 끝이 나인 것처럼 나를 사랑해야 남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은퇴했으나 은퇴한 것이 아니라는 김 교수의 유쾌한 봉사는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를 튼튼하게 하는 비타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