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지방선거가 이제 100일도 남지 않았다. 각 정당마다 선거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 핵심에 후보 공천이 있다. 이번 지방선거의 특징은 여야 모두 공천배심원제도를 채택한 점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각 분야의 전문가 및 대표성을 갖춘 인사 30명 이상으로 국민참여배심원단을 구성하고, 공천심사위원회가 선출한 후보의 적격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경선을 치르지 않는 전략공천 지역에서도 ‘국민공천배심원제’를 실시한다.

한편, 민주당은 한나라당보다 훨씬 더 공천배심원제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하는 ‘시민공천배심원제’ 도입을 골자로 한 당헌 개정안을 논란 끝에 가결했다. 당에서 일정 배수의 후보자를 선정하면, 전국 단위에서 선정된 각계 전문가 100명과 해당 지역 유권자 100명이 후보 검증 토론회와 투표를 거쳐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이다. 시민에게 직접적인 후보 선출 권한을 준다는 점이 한나라당의 국민공천배심원제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만약, 공천 배심원단 구성이 특정 정파나 특정인으로부터 전혀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한다면 공천배심원제는 기존의 하향식 공천제도보다는 여성에게 유리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배심원단제도든 공천심사위원회제도든 공천 과정에서 여성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이들 제도에 여성 50% 참여를 보장하고, 명확한 공천 기준과 심사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공천심사 기준과 심사 결과 (심사평, 점수 등)가 일반에게 동시에 공개되지 않는 한 각 당의 공천 과정은 과거 제왕적 총재 시절의 밀실 공천 관행과 다르다고 보기 어렵다. 남성이 지배하고 있는 현 구조에서 공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은 그 만큼 여성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여성 후보 배제의 논리로 당선 가능성과 경쟁력이라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006년 지방선거 직후 한국여성개발원이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에 의뢰해 여성이 출마한 기초의회 지역구만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여성 후보 지지에 정당효과가 절대적이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여성이 ‘여성 후보이기 때문에’ 지지했다(20.1%)는 비율보다는 ‘소속 정당을 지지해서’(31.0%)라는 응답이 훨씬 많은 데서 이런 사실이 잘 나타났다. 이는 여성 후보가 당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공천에서 배제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유력 정당들이 여성 후보를 공천하면 당선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한국여성유권자연맹은 좋은 여성 후보 선정을 위한 실천 방안으로 ‘2010 지방선거 좋은 후보 책임지기’ 발대식을 가졌다. 이 단체에 신청한 지방선거 참여 희망 여성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1차 서류 심사를 거쳐 적합한 예비 후보를 선정한 후, 전문가를 초청해 인터뷰를 통해 정치권에 추천할 최종 후보를 선정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 최종 인터뷰에서는 심사만이 아니라 전문가와 후보자 간에 자신의 장점과 단점, 선거에 임하는 자세, 후보자의 경험과 경륜 등을 토대로 선거에 필요한 전략, 메시지, 공약 등에 대한 현장 지도가 이뤄진다고 한다.

지난 2004년 총선에서 여성단체들이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를 통해 여성 후보를 각 정당에 추천한 것과 같은 일들을 이번에도 범여성 단체들이 주도할 필요가 있다. 이번 지방선거가 여성정치세력화의 질적 변화를 가져올 전기를 마련하고, 그 중심에 여성 후보 공천 확대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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