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해도 변함없이 고3 1학기 첫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언어영역은 중요하니?”라고 질문을 던진다. 이에 모든 학생들은 거침없이 “네”라고 대답을 한다. 나는 언어영역이 다른 영역보다 대학 가는 데 중요하고 특별히 중요한 이유를 물은 것이고 수험생들이 그 이유를 알아주길 원한다.

내가 수험생들에게 원하는 대답은 대학을 가려는 수험생들이 절실히 깨달았으면 하는 대답, 바로 ‘1교시’이기 때문이다. 수능은 오전 8시 4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치르는(제2 외국어까지 치르면 6시) 마라톤 시험으로 첫 걸음, 첫 단추 역할을 하는 언어영역은 2교시, 3교시, 4교시의 성적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직 교사 시절 가끔 수험장에서 1교시 언어영역 시험을 망치고 쉬는 시간 책상에 엎드려 우는 여학생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다가도 저렇게 울고 다음 시간에 치르는 영역은 잘 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부터 들었다. 학원에서 재수하는 학생들의 입시 실패 원인도 상담을 해보면 수능 1교시에 적응하지 못해 시험 전체를 망친 경우가 많았다.

또 다른 이유는 수험생들의 계열별로 영역의 중요성이 다소 차이가 있는데, 아직도 학교 내신 시험처럼 수능 성적의 결과를 절대평가 방식으로 수용하는 학생들이 많아 무조건 모든 과목에서 100점 받기를 원한다. 인문계열 수험생들에게 수학이 공부하기 어렵고 힘들다고 해서 1년 동안 수리 중심으로 공부한 결과, 수리를 1등급을 받았다 한들 언어, 외국어가 기본이 되어있지 않으면 마냥 기뻐할 일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수능 성적이 ‘언어4 수리1 외국어2’의 성적표를 들고 온 인문계열 학생과 상담을 할 때 정말 난감하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수리영역에서 1등급이 나왔으니 최소한 서울 소재 대학은 무난히 갈 수 있겠거니 생각하겠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수리 등급과 언어 등급이 바뀌어야, 즉 ‘언어1 수리4 외국어2’여야 서울 소재 대학 합격이 가능하다. 왜냐하면 각 대학에서 인문계열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영역별 비중이 수리가 언어와 외국어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같은 대학 같은 학과에 지원해서 경쟁하는 학생들의 성향 때문이다. 상위권 대학 경영학과의 합격생을 보면 거의 모든 학생들이 언어와 외국어는 기본으로 1등급을 받으나 수리에서는 1등급 수험생만 있지는 않다. 즉 인문계열에서 대학의 레벨은 언어와 외국어가 결정하고 그 안에서 탐구와 수리가 합격을 결정하는 요소인 것이다. 자연계열은 이와 반대로 생각하면 된다.

이처럼 중요한 언어영역을 수험생들이 전략적으로 준비를 잘 해서 꼭 원하는 대학, 학과에 합격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위 내용은 강남구청 인터넷 수능방송에서도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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