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적 해석으로 선구자·자기만의 방 등 7개 주제로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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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퐁피두센터의 ‘여성작가전’은 작품을 여성 시각에서 충실히 해석해 7개의 주제별 전시로 구성됐다.

우선 제1주제인 ‘선구자’(Pioneers) 섹션은 다른 섹션과 동선이 떨어져 있어 고립된 느낌과 독립적인 느낌을 동시에 준다. 전시 배치상으로 4층 주전시장에서 벗어나 총7개의 주제 중 유일하게 5층에 홀로 떨어져 있는 ‘선구자’ 섹션은 1905년부터 1960년 사이의 미술관 소장품을 전시하는 5층 상설전시장의 원래 배치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디스플레이 상으로 여성작가의 작업은 피카소, 브랑쿠지, 마티스 등 쟁쟁한 남성 ‘거장’ 미술가들 작업들 사이에 붉은 칸막이를 경계로 군데군데 표시를 해놓은 곳에 놓여 있다. 

회화와 사진작업이 주를 이루는 ‘선구자’ 섹션의 회화작업으로는 담배를 피우며 침대 위에 비스듬히 누워있는 여성의 모습을 그린 수잔느 발라동(Suzanne Valadon)의 ‘푸른방’(La Chambre Bleue, 1923) 작업과 여성의 눈으로 본 숨 막히는 식탁 풍경을 그린 도로시아 태닝의 1954년 작 ‘가족의 초상’(Portrait of a family)이 눈길을 끈다. 이 외에 사진작업으로는 무엇엔가 홀린 듯 한 곳을 집중하고 있는 지긋한 나이의 여성을 표현한 지젤 프로운트(Gisele Freund)의 ‘버지니아 울프’(1939) 작업과 2010년 2월부터 파리의 유명한 사진미술관인 주드폼므에서 개인전을 하고 있는 리제트 모델(Lisette Model)의 작업인 ‘숄을 걸친 여인’(Lower East Side, 1950) 등이 포함됐다. 

제3주제의 제목인 ‘이상한 추상’(Eccentric Abstraction)은 유명한 페미니스트 미술기획자이자 이론가인 루시리파드의 글에서 빌려온 것이다. 1966년에 루시리파드는 미술잡지인 ‘아트 인터내셔널’(Art International)에 글(Eccentric Abstraction)을 기고하고 잊혀져온 현대 여성 작가들의 감수성을 조망했다. ‘이상한’이라는 말은 이제껏 남성 중심의 시각예술의 카테고리와 이론적 개념을 다시 생각하려는 의도를 담은 것으로, 구상과 추상이라는 전통적인 구분을 넘어 회화, 조각, 사진, 건축 등에서의 여성 작가들의 새로운 시도들을 부각하려는 용어다. 여기에 포함된 작업으로는 구사마 야요이의 ‘나의 꽃침대’(My Flower Bed, 1962) 작업이 있다. 붉은색으로 부분 염색한 하얀 장갑 수백 개를 이어 붙여 만든 설치작업으로, 화사함과 섬뜩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에바 헤세의 1970년도 작인 ‘무제’는 송진과 폴리에스테르, 알루미늄 와이어 등으로 만든 설치작으로 새로운 재료를 통한 여성 작가의 감수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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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주제인 ‘자기만의 방’은 버지니아 울프의 1929년 에세이의 제목을 빌려온 것으로, 가족 내에서 ‘여자’라는 굴레를 감당해야 하는 여성들의 ‘쓰고자’ 하는 능력에 주목했다. 참여작업으로는 196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활발해진 여성의 경험에 대한 서사를 담은 것들이 주를 이룬다. 도로시아 태닝(Dorothea Tanning)의 1970년 작인 ‘파보호텔 202호실’(Chambre 202, Hotel du Pavot)과 산디 스코룬드(Sandy Skoglund)의 1980년 작인 ‘방사능 고양이’(Radioactive Cats)는 괴수 및 초록고양이 등이 등장하는 비일상적인 방 내부 설치작업이다. ‘자기만의 방’ 섹션에는 한국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구정아(Koo Jeong-A) 작가의 작업이 포함됐다. 2001년 작인 ‘sans titre’는 여러 물건이 어지럽게 놓인 바닥 연출로 관객들은 같은 공간을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느끼게 된다.

제6주제인 ‘언어작업’(wordworks) 섹션은 1960년대부터 본격화된 미술사조인 콘셉추얼 아트(Conceptual Art)를 조망한 것이다. 언어가 중요한 매체로 쓰이거나 사용된 글자 자체가 예술의 형식을 형성하곤 하는 콘셉추얼 아트 섹션에는 타니아 무라우드(Tania Mouraud)의 1971, 1973년 작인 ‘Can I be anything which I say I possess?’(내 것이라고 말하는 어떤 것이라도 나는 될 수 있을까요?) 외에도 사진과 텍스트 작업을 하는 대표적인 작가인 소피 칼의 ‘Douleur exquise’(1984~2003) 등이 포함됐다.

마지막으로 제7주제인 ‘빗물질’(immaterial)은 여성의 몸이 그간 유독 ‘물질’과 연관되어 고정되었던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섹션이다. 여기에는 베로니크 부디르(Veronique Boudier), 제네비브 아세(Genevieve Asse), 아그네스 마틴(Agnes Martin) 작가의 작업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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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1일에 대단원의 막을 내린 이번 전시는 영국의 ‘가디언’지가 ‘왜 이 세상은 앤니 워홀이나 프란시안느 베이컨을 필요로 하지 않나’(Why the world doesn′t need an Annie Warhol or a Francine Bacon)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확인시켜주었듯 안타깝게도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듯하다. 가디언은 기사에서(2010년 1월 17일자) 이번 전시의 수석큐레이터인 카밀 모리노(Camille Morineau)의 말을 빌려 “이번 전시는 큰 변혁을 일으킬 듯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미술계와 언론은 그저 이 전시를 무시했다”라고 전했다. 이번 전시가 여성 작가로만 이루어진 유례없는 대규모 전시임을 감안할 때 미술계 쪽의 관심과 반향이 적었던 것은 무척 아쉬운 부분이다.

이번 전시는 홈페이지(elles.centrepompidou.fr)에서 전시장 가상투어, 니키드 생팔의 슈팅페인팅(총을 쏘며 물감을 칠하는 기법) 작업 장면 영상 등 작가 및 작업정보 등을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6월에 발간된 영문도록은 전시참여 작업 이미지와 작업 설명 외에도 페미니스트 미술사가인 그리젤다 폴록 등 각 예술분야 여성 전문가들의 에세이가 실려 있어 꽤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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