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내 식구처럼 생각하는 세상을”

 

“오랜 시간 여성운동과 사회운동을 해오면서 정치, 경제, 문화 모든 분야에 영성이 빠지면 안 된다는 걸 느꼈어요. 영성운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목사 안수를 받았습니다.”

30여 년간 공동체운동을 해온 윤명선(71·사진) 공동체문화원장이 지난해 칠순의 나이에 목사가 됐다. YWCA,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이싹회, 부스러기 사랑 나눔회, 다솜학교, 작은교회 등 평생 사랑과 나눔을 실천해온 사회운동가인 윤 원장은 목사 안수를 통해 영성운동가로서 또 다른 인생을 시작했다.

“사람들이 다 늦게 뭣 하러 목사 안수를 받느냐고 할까봐 두려웠어요. 하지만 주변의 모든 사람이 응원하고 격려해줬습니다.”

목사라는 새로운 칭호와 함께 사회운동가에서 영성운동가로 변모한 듯 보이지만 그는 ‘사회운동과 영성운동은 하나’라고 말한다.

“영성의 특징은 나만 생각하지 않고, 남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태도입니다. 공동체가 깨어지고 인간성이 피폐해지는 현대사회에서 풍부한 영성만이 개인을 행복하게 하고 공동체도 풍성하게 변화시킵니다.”

윤 목사는 친구들이 ‘넌 안 아픈 곳이 어디냐’고 물을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다. 큰 수술을 몇 번 거치면서 40~50대를 지나왔지만, 70을 넘은 지금 오히려 더 건강해졌다고 한다. 30년간 지속해 온 호흡과 명상, 기도 등의 수련도 도움이 됐겠지만 그는 “하나님께서 아직 나에게 주신 소명이 남아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오늘 만난 사람을 내 식구처럼’이란 목표로 공동체문화원을 이끌고 있는 윤 목사는 이제는 선교 목사로서 상처 받은 사람들을 하나님 말씀으로 위로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1979년 ‘작은 교회’를 모체로 태어난 공동체문화원은 교육, 여성지도력, 수련, 식구, 대외협력, 재정 공동체로 나뉘어 있으며 ‘무엇이든지 자기가 가지고 있는 달란트를 다른 사람과 나누면서 서로를 섬기는 삶’을 위한 모임이다.

‘사회 모든 곳에 스며들어 영성을 높여야 한다’는 그는 요즘 매일 국회 본청 지하 기도실에서 한나라당 강명순 의원과 함께 새벽예배를 드리고 있다. 또한 일주일에 한 번씩 민주당 소속 전·현직 국회의원 부인들과 성경 공부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실천을 통해 정치 분야에 영성이 높아져 타인을 배려하는 정치가 실현되기를 희망했다.

일평생 가난한 사람들을 먹이고, 나그네를 가족처럼 대접해온 윤명선 목사는 육적인 배부름과 물리적인 나눔을 넘어 내면의 상처를 살피는 영적 치료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회생활에서 갈등을 피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을 내 식구처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서로가 내 식구처럼 생각하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 일에 내 한 몸, 여생을 바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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