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에 경제활동참가율 47%대까지 급락 중
"지금 당장은 어퍼머티브 액션으로 뚫고 나가야"

최근 통계청에서 1월 실업자 수를 발표한 가운데 여성 실업자 수가 1999년 중반 이후 최악인 50만에 육박(49만5000명)해 다급한 우려를 사고 있다. 50%에 가까웠던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도 2009년 1월 현재 47%대까지 급락했다. 72%에 가까운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비교하면 격차가 상당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실업자 수는 121만6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6만8000명이 증가했는데, 이중 여성 실업자 수가 남성에 비해 현저히 늘어났다. 여성 실업자 수는 49만5000명으로, 1년 전 28만1000명에 비해 21만4000명이 증가했다. 이중 실업자 수를 연령대별로 들여다보면 20~24세가 9만2000명으로 가장 많고, 소위 허드렛일에 주로 투입되는 50~54세가 2만6000명으로 가장 적다.

평균 3%대에 머물던 실업률이 올해 1월 5%대까지 치솟은 이상 현상을 보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실업 증가율이 남성이 27.2%인 데 반해 여성이 그 3배에 가까운 76.2%인 것은 성별 격차가 극심함을 드러낸다.

여성의 실업률 급증은 경제 위기에 따른 고용 악화에 따른 것이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다. 실제로 여성 취업이 많은 도소매, 음식·숙박업, 제조업, 건설업 등이 불황의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단기간 개선되기는 힘들다는 전망이다. 2009년만 해도 여성의 경우, 제조업에서 감소한 취업자 12만6000명 가운데 11만 명, 음식·숙박업에서 감소한 취업자 10만7000명 가운데 10만3000명을 차지하는 등 절대적인 비율을 점하고 있다.

이번 통계청 발표에 대해 이인실 통계청장은 우선 “여성 경제학자의 관점”이란 것을 전제한 후 “여성·청년·비정규직·자영업자로 나뉘는 ‘일자리 소외계층’의 관점에서 여성 특수성을 고려한 일자리 창출 정책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지금처럼 지식정보화 위주의 ‘고용 없는 성장’의 상황에선 여성 실업률의 급증이 전 세계적 현상이고, 고용시장의 구조가 여간해선 바뀌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따라서 정부는 성 인지적 관점에서 여성의 생애주기에 맞춘 일자리 정책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지속적인 기업 모니터링을 통한 기업 내 수요 파악, 그리고 맞춤형 직업훈련 정책에 힘쓸 것을 제안했다. 특히 “20대에 결정한 직장이 평생 일자리를 좌우하는 만큼 여성 자신도 좀 더 도전의식을 갖고 높은 수준의 양질의 일자리에 도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초대 여성부 차관을 거쳐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을 역임한 현정택 인하대 교수(국제통상학부)는 “이런 상황에선 우리나라에도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적극적 우대조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경기가 안 좋을수록 일종의 여성할당제를 적극 시행해 정부의 공공 프로젝트나 인턴 채용에 반영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이 전 세계적이라 할지라도 한국처럼 성별 격차가 많이 나는 것은 남성 중심 문화, 불충분한 모성보호제도,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등 그 사회 특유의 분위기에 따른 결과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2014년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60%를 목표로 여성부·노동부·행안부를 주축으로 유연근무제 확산, 돌봄과 고용 연계 인프라 구축, 경력단절 여성에 대한 적극적 취업 지원 등을 핵심 대책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가 50조원을 투입해 야심차게 추진, 96만 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기대되는 ‘녹색뉴딜사업’만 해도 여성 일자리 규모는 18%(17만6598개)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여성에게 당장 다급한 대책에 대해선 미온적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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