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확인한 세종시 설 민심에 대한 해석은 정파별로 달랐다. 하지만 “수정안이든 원안이든 빨리 결정을 내리라”는 주문이 많았다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었다.

분명 국민들은 지난 5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온 나라를 대립과 갈등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했던 세종시 문제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이제는 세종시 문제를 논쟁만 하고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야야 할 시점이다.

한나라당 친이계는 당론 변경을 위한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하고 있지만, 친박계는 당론 변경을 위한 의총에는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친박계는 “세종시 원안이야말로 민주적 절차를 거쳐 결정한 당론이라며 친이계가 세종시 원안을 백지화하기 위해 밀어붙이기식으로 당을 들러리 세우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한 친이계 의원은 “당헌·당규는 당원이 만들어낸 원칙으로 이를 지키지 않는 것은 원칙과 신뢰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논의조차 못 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부정이자 굉장히 잘못된 자세”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이라는 공당이 사당화(私黨化)될 수 없다는 원칙은 다른 어느 것보다도 훨씬 중요한 가치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공당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당이 개인화된 권력이 아니라 제도적 절차에 따라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당론을 정하는 의총이나, 당론을 변경하기 위한 의총이나 모두 수용될 수 있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개인 생각이 달라도 당에서 정해지면 따라가야 민주주의”라면서 “마음이 안 맞아도 토론을 해서 결론이 나면 따라가야 한다”고 했다. 이것은 친박세력뿐만 아니라 자신과 친이계에도 동시에 던지는 메시지다. 의총에서 세종시 당론 변경이 부결되면 깨끗이 승복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만약, 수정안이 당론으로 정해지면 국회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자기 소신과 양심에 따라 투표할 때 세종시 문제는 종결된다. 이 과정에서 친박 세력이 어떤 행동을 취할지는 세종시 문제 종결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다. 다만, 2004년 6월 21일 한나라당 의총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토의를 통해 충분히 의견을 개진하고 당론이 결정돼 나오면 절대 바꿀 수가 없다. 책임을 져야 한다”고 언급했던 것을 상기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1620년 영국의 청교도들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종교의 자유를 찾아서 신대륙 아메리카로 떠났다. 이들은 매사추세츠에 도착하기 전 그 배에서 소위 민주주의의 정수로 칭송받는 메이플라워 협약을 체결했다. 질서와 안녕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하나의 시민 정치체를 만들고 필요한 법률과 공직을 제정하여 이에 복종한다는 것을 서약했다. 그 핵심에 합의를 위해 노력하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문제를 종결한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이와 같은 메이플라워 협약 정신이 살아 숨 쉬어야 민주주의도 살고 세종시 문제도 종결될 수 있다. 국민은 세종시 수정안과 원안 중 어느 것이 옳은 것인지 스스로 판단하지 못할 정도로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이제 그만 싸우고 경제를 살려야 할 때도 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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