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녹아 있는 연기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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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숙 / 연극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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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웅 /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김성녀·윤문식·김종엽 등 기라성 같은 선배들 사이에서 한국무용, 재즈댄스, 판소리 등 혹독한 트레이닝을 따라가기 바빴지만 힘들지는 않았어요. 그러한 자극들은 오히려 저를 흥분시켰습니다.”

22세의 서이숙은 배드민턴 코치 시절 우연히 본 연극 한 편에 이끌려 무작정 극단 ‘미추’에 뛰어들어 마당극과 정통연희로 연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2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그녀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배우로 자리매김 했다.

‘20년을 한 극단에 몸담았는데 왜 이제야 부각되는가?’란 질문에 그는 “연극은 평생의 업이고, 삶은 40이 되어야 무르익는다고 생각해요”라고 담담히 답한다.

“길고 얕은” 연기 인생을 꿈꾸는 그녀에게 15년이라는 긴 무명생활도 큰 고민거리가 되지는 않았다. 

“연극을 많이 보는 편인데 등장하는 모든 역이 제가 할 역할로 보이고 어떤 역도 멋지게 할 수 있다는 느낌이에요.” 37세 만학도로 중앙대 국악과에 입학해 음악극에 대한 본격적인 공부를 하기 전까지, 연극을 많이 보고 직접 무대에 서는 등 ‘실전’으로 연기패턴을 익혔다.

2003년 ‘허삼관 매혈기’로 히서연극상과 동아연극상의 연기상을 받으며 주목받기 시작한 그는, 2009년에는 ‘리어왕’ ‘피카소의 여인들’ ‘고곤의 선물’ 등 6편의 연극에 출연했다. 현재는 연극 ‘엄마를 부탁해’(연출 고석만)에서 장녀 역을 하며 전성기를 맞고 있다.

쉴 새 없이 캐릭터를 바꾸며 무대에 서다 보니 등장인물에 대한 연구도 끊임없이 해야만 했다. “지하철에서 조는 사람을 보면 ‘무엇 때문에 졸까?’라는 물음을 시작으로 상상력을 확장해 나가요. 어떤 사람일까, 오늘 어떤 하루를 보냈을까, 왜 저렇게 피곤해 할까 상상하는 거죠.” 직접 경험하지 못한 것을 연기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이렇게 주변인들에 대해 상상력을 키우고 인상을 남기던 일상의 훈련이 빛을 발한다.

그는 연극의 원작 ‘엄마를 부탁해’의 작가 신경숙씨의 다른 작품들도 엉덩이가 아플 정도로 탐독했다. 자신이 연기하는 인물뿐 아니라 작품 전체의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소설 특유의 절제된 슬픔을 표현하기 위해, 인물의 정확한 심리상태를 표현하는 줄타기를 해야만 했다.

“이미지만 가지고 연기를 하면 오버가 될 수 있고, 신파가 될 수 있죠. 관객들은 ‘엄마’란 소리만 들어도 눈물을 흘릴 정도로 격양되어 있었지만, 저는 창호지에 잉크 방울이 번지는 듯한 감정 표현으로 상상의 여백을 남기고 싶었어요.” 10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원작은 이런 노력 덕에 더 생생한 느낌의 연극으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

극에서 서이숙의 엄마 역할을 맡은 배우 정혜선과는 친 모녀 못지않은 사이다.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열정적인 무대매너로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는 배우 정혜선에 대해 서씨는 “평상시 연습 장소로 떡이나 고구마 등의 간식거리를 한 아름 안고 오시는 모습을 보면, 정말 우리네 어머니의 표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말한다.

때론 어리광으로, 때론 절규로, “엄마~”를 부르는 서씨의 목소리에 관객들은 웃고 운다. 관객 중 한 명이 ‘흐흑’ 하고 울음을 터뜨리면, 숨죽이고 참던 다른 관객들과 배우들도 하나둘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세상 모든 엄마들에 대한 세상 모든 자식들의 죄스러움은 서씨가 “억울해서 엄마 못 보내요!”라고 절규하는 장면에서 최고조에 달한다.

그는 이런 관객들의 반응에도 자만하지 않는다. 지금 감동적인 연기도 시간이 흐르면 똑같은 감정을 주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정혜선 선생님이 과거를 회상하며 백성희(외할머니 역) 선생님을 부둥켜안고 ‘나도 엄마가 필요했어요’라고 애타게 부르짖는 장면이 작품의 백미라고 생각해요. 두 선생님처럼 삶이 녹아있는 깊은 맛의 연기를 하기 위해 10년, 20년이 지나도 영원히 배운다는 자세로 임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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